한국 사회는 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줄기세포 연구 논문 조작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국가 신뢰도를 비롯한 여러 측면에서 심적, 물적 피해도 컸다. 당시 파란의 핵심은 다름 아닌 연구윤리였다. 자정·보완 노력이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책연구기관들만 해도 모두 연구윤리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전국 대학은 지난 6일 ‘대학연구윤리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연구 환경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국책연 연구윤리 실태를 보면 탄식을 금할 수 없다. 갈 길이 아직 먼 것이다.
연구윤리 저촉 사례를 훑어보면 위조, 변조, 표절, 중복게재 등 온갖 추태가 총망라된다. 타인 논문을 표절해 자기 명의로 발표하고, 영어 논문을 번역해 독창적 보고서인 양 내기도 한다. 기발표한 자기 저작물을 재탕하는 중복게재는 너무 흔해 ‘관행’으로 오인될 정도다. 연구윤리를 어기는 연구자들의 행태만 꼴불견인 것도 아니다. 해당 연구기관의 자체 징계가 대체로 솜방망이에 그치는 현실도 여간 눈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부정행위를 권장하는 풍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책연 연구에는 혈세가 투입된다.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측면도 경시할 수 없다. 그런 연구 결과가 날림이라면 국가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발본색원 노력이 필요하다. 국책연을 좌우하는 관료집단의 단기 실적주의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고, 비정규직 연구진 양산이 뇌관이란 시각도 있다. 양적 성과 중심의 연구과제중심(PBS) 시스템이 연구 생태계를 황폐화한다는 진단도 있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사라진 것이 연구·개발(RD)의 맹점을 키운다는 견해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국책연 연구를 비롯한 국가 RD 투자가 왜 맹탕에 그치는지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 그래야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정상 수준의 RD 예산을 쏟아부으면서도 기술 무역수지는 역조인 맹탕 국가 꼴을 면할 단서를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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