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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 ‘불문율’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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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6 20:32:08 수정 : 2015-05-27 00: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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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판에는 늘 말이 많다. 규칙이 복잡한 야구 종목 특성상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지난달 한화와 롯데의 경기에서 빈볼 사태로 시끄럽더니 5월에도 ‘불문율’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불문율은 상대팀을 존중하는 보이지 않는 규정이다. 문제는 불문율이 말 그대로 문서화된 규칙이 아니다 보니 저마다 해석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불문율 논란이 불거진 지난 23일 한화와 케이티의 수원경기. 6-1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한화 강경학이 도루를 했다. 이어 한화 벤치는 9회말 수비에서 줄줄이 투수를 바꿔 한 타자씩 맡도록 했다. 가뜩이나 ‘승리자판기’라는 얄궂은 말을 듣고 있는 케이티 선수들은 발끈했다. 주장 신명철은 경기 뒤 한화 더그아웃을 향해 강하게 어필했다. 승부가 넘어간 상황에서 두 번 죽이는 일이라는 판단에서다.

물론 한화도 할말은 있다. 한화는 이상하게 최하위 케이티만 만나면 고전한다. 상대전적이 3승 3패다. 이날도 5점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아마 한화 벤치는 승리를 확신할 만한 점수 차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실제 안심할 만한 점수 차의 경계는 모호하다. 크게 앞서더라도 불펜진이 허약한 팀은 불안하지만 승리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팀이라면 3점 차가 안정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야구에도 불문율은 엄연히 존재한다. 타자는 홈런을 친 뒤 요란한 세리머니를 자제한다. 상대 투수에 대한 존중이며 경기 중에 승패는 언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점수 차에서는 번트나 도루를 되도록 피한다. 특히 도루의 경우 점수 차가 몇 점이냐보다 상대가 모욕감을 느꼈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 승부가 넘어간 상황에서 투수를 자주 교체하는 행위도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

불문율은 강제조항이 아니다. 상식적인 상대에 대한 배려다. 아무리 비정한 승부의 세계라도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가 상대에게 상식에 바탕한 작은 배려라도 아끼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될 게 없다. 경기를 하다 보면 으레 그 경계를 오가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불문율 원칙, 나아가 동업자정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서로 배려하면 공존과 상생의 길이 열린다.

유해길 선임기자 hk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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