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 이재민 KBL 사무총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승부조작 파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
프로농구에서 선수와 감독 등 구성원이 승부조작에 휘말린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2005년 3월에는 당시 원주 TG 소속이던 양경민이 팬클럽 회장을 통해 스포츠토토를 구입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A 감독은 지인들에게 수억원을 빌려 불법 사설 스포츠 도박사이트에 베팅하도록 지시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도박)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2, 3월 경기 후반 후보 선수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패배를 유도해 불법 이익을 챙긴 혐의다. 아직 혐의는 입증되지 않았지만 유명 감독이 경찰 수사망에 오른 사실 자체만으로 농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선수나 코칭스태프는 왜 승부조작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선·후배 간의 위계질서와 끈끈한 유대관계를 꼽는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스포츠교육)는 “운동선수들은 상하관계가 강해 선배가 강요하면 후배가 어쩔 수 없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돈이 되면 뭐든지 하려는 선수와 감독들의 심리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현직 선수들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에 오기까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 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엮이면 줄줄이 오염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승부 조작이 불거질 때마다 소속팀과 협회, 연맹 차원에서 중징계를 내리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은 국내 프로 스포츠계에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는 문제여서 연루된 선수들 일벌백계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결국 순수하고 공정한 스포츠 본연의 정신을 잃지 않도록 관계 기관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을 꾸준히 교육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최근 중국 등 해외 브로커들까지 국내 스포츠계에 손을 뻗고 있고 청소년들이 모바일을 통해 해외 스포츠 도박까지 나설 정도여서 사회 전체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도 “스포츠계 내부적으로는 유소년 선수들부터 정기적으로 철저히 교육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등에 대한 감시와 차단 조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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