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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고리 단순화…삼성 '사업구조 재편' 가속화

입력 : 2015-05-26 19:13:35 수정 : 2015-05-26 23: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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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 윤곽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 삼성그룹의 모태인 삼성물산이 26일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서울 중구 태평로 제일모직 본사 앞에 태극기와 삼성사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남정탁 기자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26일 합병을 결의함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경영권 승계의 윤곽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다. 순환출자 고리가 단순화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대신해 총수 역할을 해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내 입지를 강화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형태로 이뤄져 있다.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의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다시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1%를 들고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이 확정되면 ‘합병 후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 또는 합병회사인 삼성물산에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로 단순화한다. 합병 후 삼성물산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로 바뀌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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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후 이 부회장은 16.5%의 지분으로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등극함에 따라 추가로 지분을 매입하지 않아도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지만, 이처럼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된다면 굳이 지분 늘리기에 목을 맬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경영권 승계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일각의 관측 역시 힘이 빠지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그동안 수차례 사업구조 재편을 통해 30개가 넘는 기존 순환출자 구조를 단순하게 만들었는데, 이번 합병 결의를 통해 삼성물산이 생명과 전자를 지배하는 단순 구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부회장이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당장 공식적인 ‘회장’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룹에서는 이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공식화한 분위기이고, 이 부회장 역시 총수에 걸맞은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이 회장이 맡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돼 경영권 승계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음을 알렸고, 내달 1일 열리는 ‘25회 호암상’ 시상식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호암상은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를 기리기 위해 이 회장이 1990년 만든 그룹의 대표적 사회문화 사업인 만큼 이 부회장의 참석은 이 회장의 참석과 맞먹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게 재계의 전언이다. 그동안 이 부회장의 일정을 공식 공개하지 않았던 삼성이 최근 들어 ‘차기 총수’의 대외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지원사격에 나선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향후 행보도 재계 관심사이다. 이들은 합병 후 삼성물산 지분을 5.5%씩 나란히 보유하게 되는데, 이를 발판 삼아 장기적으로 계열분리를 비롯한 ‘독립’을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남매의 제일모직 지분은 내달 18일로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 거래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향후 지분 변동 여부에 재계 안팎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선언으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재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양사는 지난해 9월 합병을 선언하고 주주총회 승인까지 받았으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정 한도액을 초과하면서 11월 들어 무산되고 말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가 확실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다시 한번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두고 주주들의 찬성 동의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합병 특별결의는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하는데, 삼성물산은 자사주 포함 20%가량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대주주 지분이 낮은 편이다. 최근 삼성물산의 주가가 자산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되면서 합병비율이 불리하게 책정됐다는 분석도 나와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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