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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공군참모총장 퇴진 청원 줄이어···"무너진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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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7 10:01:38 수정 : 2015-05-27 1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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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취임식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으로부터 지휘기를 받는 최차규 공군총장.

"공군참모총장, 시민의 힘으로 사퇴 시킵시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올린 이슈 청원의 제목이다.

지난 21일 국방부 감사관실이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이 예산집행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관용차 사적 사용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엄중 경고 조치한 것에 대해 "잘못한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불이익도 주지 못하는 허울뿐인 조치"라는 것이 청원을 올린 네티즌의 주장이다.

그는 "국민들이 이 정도의 사안을 눈감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최 총장이 스스로 사임할 것을 촉구하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을 받고 있다.

군의 수장인 참모총장에 대한 온라인 퇴진 운동이 벌어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군 안팎에서는 "최 총장이 군심(軍心)은 물론 민심(民心)도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사상 초유의 참모총장 사퇴 청원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을 올린 서인혁(24)씨는 지난해 8월 전역한 예비역 공군 병장으로 지난 4일 전현직 공군참모총장들이 모임을 가졌던 서울 에어스포렉스 앞에서 최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서씨는 청원에서 국방부가 최 총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은 "실질적으로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으로 허울뿐인 조치"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정도 규모의 비리와 사적유용은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참모총장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이상, 최 총장은 공군 최고명령권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씨는 "우리 국민이 이 정도의 사안을 더 이상 눈감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달라"며 "뜻을 같이하는 분들은 서명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씨의 이같은 청원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다. 청원이 올라온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은 27일 오전 현재 700여명이 서명했다. 네티즌들은 "작은 손길로 국가를 위한 큰 방파제를 쌓아야지요" "사회정의실현에 동참합니다. 다음 세대를 위하여" "군의 개혁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랍니다"는 등의 글을 올리며 서씨의 청원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4일 오후 최 총장이 공군정책자문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서울 영등포구 에어스포렉스 앞에서 예비역 병장 서인혁씨가 `부패하고 반인권적인 최차규 총장은 물러나야 합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앞서 21일 국방부가 발표한 최 총장에 대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군은 2013년 12월 7억6500만원을 들여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 총장실을 2층에서 4층으로 이전하는 공사를 해놓고서는 최 총장 취임 이후 다시 1억8900만원을 들여 추가 공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1차 공사 때 이미 시공했던 부분을 재시공해 1400여만원의 예산을 중복투자했다.

미국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사로부터 기증받은 F-35 전투기 모형 등을 설치하며 올해 초 1999만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최 총장 부인은 군 공식행사 및 사적 목적으로 서울 공관에서는 주 1∼2회, 계룡대 공관에서는 월 1∼2회 관용차를 각각 사용했다. 아들도 홍대 부근의 업무거래처 방문 등을 이유로 10회가량 관용차를 쓴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의혹의 핵심인 제10전투비행단장 시절 370여만원 횡령 부분에 대해 국방부는 “명확한 증거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고, 당시 외압에 의해 공군 고등검찰부 수사가 중단됐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 군심(軍心)도 떠나고 민심(民心)도 떠났다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최 총장은 "국방부 감사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정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제 가족들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 경위가 어찌되었든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워진지 오래다.

한 공군 출신 예비역은 "총장 퇴진 시위에 온라인 청원까지 등장한 것만 봐도 민심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는 군 관계자들 역시 말을 아끼면서도 국민들의 정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언급을 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의 수장인 총장의 명예는 감사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감사를 통해 최 총장의 명예가 회복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일에는 '공군 박대령' 명의의 편지가 최 총장에게 전달됐다. 편지를 쓴 인물은 최 총장에게 “총장님과 그 가족분들에 대해 공군 내에서 회자되는 여러 비위 사실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질수록 공군은 진흙탕에 빠질 것이므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 신뢰 잃은 '만신창이' 軍

감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그 동안 제기됐던 의혹들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습이지만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공군의 조직과 리더십은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에서 총장의 영(令)이 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2020년대 공군의 중추 전력이 될 한국형전투기(KF-X) 개발 사업, 공중급유기 도입 등 전력 증강 사업에서 공군의 입장을 관철하고,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조직을 다잡아야 할 시기에 발생하는 '리더십 공백'은 공군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최 총장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군 수뇌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차가워진데는 국방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국방부는 올해 초부터 최 총장 관련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지만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직무감찰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지만 최 총장이 지난달 말 자진해서 소명을 하겠다고 할 때까지 수수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진행돼 21일 발표된 감사 결과도 총장실의 자금 운용 등 회계 분야와 언론, 시민단체에서 제기된 의혹을 살펴보는 수준에 그쳤다.

의혹의 핵심인 2008~2009년 제10전투비행단장 시절 370여만원 횡령 의혹에 대해 “오랜 기간 경과로 명확한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최 총장이 고액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소문만으로 감사나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최 총장의 핵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사실상 이뤄지지 않은 '면죄부'나 다름없는 감사로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옛말에 용병과 군령은 ‘오로지 신뢰를 기본으로 삼는다’(以信爲本)고 했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국방의 모습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힘, 바로 신뢰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바 있다. 2015년도 어느덧 5개월이 지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 장관이 그토록 강조했던 '신뢰'가 군 조직에서 구현되고 있는지, 국방부의 최 총장 감사결과를 국민들이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 국방부와 공군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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