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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한식 브랜드화’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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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7 21:38:40 수정 : 2015-05-27 21: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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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사실은 ‘한국 땅이 좁지 않다’는 거다. 미국이나 유럽의 큰 나라들처럼 눈에 확 들어오는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들 때가 있다. 상당 부분은 ‘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서 대전, 부산, 목포까지 가는 곳마다 먹었던 음식들은 모두 조금씩 달랐다. 그런 만큼 각각의 매력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거대한 대륙국가와는 달리 기후와 환경은 비슷하지만 맛에 있어서는 다채로움이 살아 있는 곳이다.

아쉬운 건 전국을 다녀보지 않고는 이런 다양함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장의 유명 음식들이 확고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아서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 공주에서는 집집마다 독특한 맛과 개성의 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에게 ‘공주의 칼국수는 이러이러하다’고 설명하기는 힘들다. 공주의 칼국수가 만들어내는 ‘이미지’가 없는 까닭이다. 지금은 통합창원시의 일부가 된 마산은 아귀, 복, 장어 등 먹거리로 유명한 곳이다. 그러나 전국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아귀찜과 마산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아귀찜의 차이를 분명히 말하기는 쉽지 않다. ‘더 맛있다’거나 ‘더 신선하다’는 등의 막연한 표현만 가능하다.

서필웅 문화부 기자
관광시대를 맞아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의 특산 먹거리를 관광상품화했다. 하지만 그 지역 풍토와 사람들의 정신을 음식 브랜드로 만드는 데 성공한 곳은 거의 없다. “우리 고장은 이 음식이 유명합니다”라고 강조할 뿐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정립한 ‘전주비빔밥’, ‘안동국시’, ‘부산밀면’을 보면 차이는 더 확실해진다. 우리는 정갈한 전주비빕밥을 먹으며 예향 전주의 향기를 느낀다. 국수 하나를 말아먹는데도 깐깐함이 느껴지는 안동에선 선비의 절개를 떠올린다. 부산밀면에서는 항구도시 부산의 억척스러움이 묻어난다. 음식과 함께 여행이 더 깊게 각인이 되는 순간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제2의 전주비빔밥’, ‘제2의 부산밀면’이 될 수 있을 만한 음식을 많이 만났다. 모두들 지역성과 고유의 개성이 숨어 있는 것들이다. 이런 특성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기가 사는 고장의 음식문화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음식이 지역의 정신과 어우러지면 그곳을 다시 찾게 하는 ‘킬러타이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한식을 브랜드화하려면 명확한 원칙과 규격화가 요구된다. 전주비빔밥에는 노란 황포묵이 필수적으로 들어가듯 확고한 브랜드를 가진 음식에는 정립된 원칙이 있게 마련이다. 주 재료만큼은 자기 지역 식재료를 쓰는 등의 관리도 긴요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장기적 지원이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유럽 등에서는 한식이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식을 세계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를 잘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땅엔 맛있는 음식이 너무도 많다.

서필웅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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