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내연남 농약 독살’ 40대女 무죄 선고

입력 : 2015-05-27 20:00:31 수정 : 2015-05-27 20:09: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피해자 진술 의존… 증거 부족”
대법, 징역 18년 원심 뒤집어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없으면 비록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든다고 해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

2013년 겨울 발생한 ‘내연남 농약 살해사건’의 피고인 A(49·여)씨에 대해 대법원이 이런 판례를 근거로 징역 1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03년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장에서 학부모인 B씨를 알게 됐다. 둘은 2011년 B씨의 아내가 사망한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했고 2013년 7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B씨는 A씨에게 아파트와 차량 명의를 이전해줬다.

하지만 B씨 가족들이 둘 사이의 교제를 반대하면서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해 11월 집에서 폭탄주를 먹었고, A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B씨는 음료 병에 든 그라목손 농약을 마셨다.

B씨는 닷새 만에 사망했고 검찰은 A씨가 미리 준비해둔 농약을 B씨에게 몰래 마시게 해 살해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1심은 관계를 정리하고 재산 반환을 요구하는 B씨에 대해 분노하는 등 범행 동기가 있었고, 농약병에 A씨의 지문만이 발견된 점 등을 들어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또 사고 당일 B씨가 평소처럼 마늘을 심는 등 자살 징후가 없었고, B씨가 사망하기 전 자녀들에게 “A씨를 용서하지 말라”고 말한 정황도 유죄의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2심 역시 B씨가 “농약이라는 걸 알면 누가 먹겠는가”라는 진술 등을 근거로 자살 가능성이 없다며 1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우선 B씨가 음독 이후 단 한 번도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았고, 농부인 B씨가 생선 썩는 독한 냄새의 그라목손 100㏄를 술로 착각해 마시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범행 도구인 농약을 A씨가 가져왔다는 원심의 판단은 추정일 뿐 누가 어떤 경위로 그라목손을 집으로 가져왔는지 전혀 밝혀진 게 없고, 농약병의 지문도 B씨가 쓰러진 뒤 A씨가 만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할 직접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거나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자살이 아니라는 피해자 진술에 의존해 유죄로 인정한 원심은 법리 오해 등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