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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냄새 진동… FIFA, 왜 비리 온상 됐나

입력 : 2015-05-28 19:34:12 수정 : 2015-05-29 00: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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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굴려도 세금 '0원'… 블래터 장기 독재도 부패 초래 세계 축구의 총본산인 국제축구연맹(FIFA)이 창립 11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FIFA가 최근 20여년 동안 축구공 대신 ‘돈’으로 축구하는 뇌물공화국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스포츠의 공정성과 진정성을 지키고 전파해야 할 FIFA가 뇌물수수, 탈세 등 비리의 온상으로 드러난 것은 매우 충격적이다. 미국 법무부는 부패의 싹을 자르고 정의의 심판을 내려 비리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최종 목표는 그동안 월드컵대회 개최지 선정 과정을 둘러싸고 뇌물 의혹이 무성했던 러시아(2018년)와 카타르(2022년) 월드컵으로 보인다. 따라서 뇌물의혹 관련자 기소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수사에 따라 사태의 파장이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썩은 냄새 진동하는 FIFA


미국 연방검찰은 FIFA가 소재한 스위스 사법당국의 협조를 얻어 FIFA 고위관계자 7명을 체포했으며, 14명을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다. 미국 법무부가 공소장에서 공개한 비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0 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당사자로 꼽힌 당시 FIFA 집행위원 잭 워너(트리니다드 토바고) 전 FIFA부회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2002 한·일월드컵 유치 경쟁 때에도 한국을 몇 차례 방문해 잘 알려진 인물이다.

남아공 정부는 아프리카의 첫 월드컵을 유치하기 위해 1000만달러(110억4800만원) 이상을 제공했다는 것이 미국 법무부의 판단이다. FIFA 임원들이 남아공을 차기 개최지로 밀어준다는 조건으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잭 워너 전 부회장은 자금 전달책인 제3자에게 프랑스 파리로 가서 남아공 월드컵유치위 고위 관계자로부터 ‘호텔방에서 1만달러 지폐 묶음들로 채워진 서류가방’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이 인사는 곧바로 파리에서 받은 돈가방을 들고 트리니다드토바고로 날아와 워너에게 전달했다. 남아공과 유치경쟁을 벌이던 모로코도 워너에게 100만달러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검찰은 워너가 이 중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FIFA 회장 선거 당시 출마한 FIFA의 한 고위 인사는 워너 전 부회장의 도움을 받아 5월 트리니다드토바고의 한 호텔에서 캐러비안축구연맹(CFU) 관계자들이 모인 가운데 연설을 한 뒤 4만달러가 든 현금 봉투를 선물로 돌린 비리도 드러났다.

FIFA 고위 관계자들은 우월적인 지위를 앞세워 스포츠마케팅 회사에 축구대회 때마다 광고권 등을 대가로 뇌물을 요구했다. 특히 2016년 코파 아메리카 대회 유치과정에는 1억1000만달러의 뇌물이 오갔다는 게 미 법무부의 판단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뇌물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미국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2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비치에 있는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자료를 상자에 담아 옮기고 있다.
◆비리 ‘몸통’ 지목된 블래터 회장


기소 대상자는 모두 제프 블라터 회장(79·스위스)의 최측근들이다. 따라서 FIFA의 온갖 비리와 부정은 ‘세계축구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블라터 회장의 장기 집권과 무관하지 않다. 비 경기인 출신이지만 스위스 아이스하키 협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1975년 FIFA 기술위원회에 발을 들여 놓으며 축구와 인연을 맺게 된 블라터는 전임 후안 아벨란제(브라질) 회장 재임 당시 FIFA 내 2인자인 사무총장으로 오랫동안 근무했기에 FIFA 내 모든 업무에 정통하다. 블라터는 축구가 세계 최고의 글로벌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이 부정한 방법으로 오가는 데 중심에 서 있다. 1990년대까지는 청소년대회와 월드컵만을 FIFA가 주최했으나 최근 남녀 연령별 각급 대회를 창설해 FIFA 주최의 대회가 무려 9개다.

특히 FIFA는 스위스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세금도 내지 않으면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운용한다. 또 블라터 회장의 1인 독재체제 아래 FIFA의 폐쇄성이 개선되지 않아 부패의혹을 확산시켰다.

◆차기 회장 선거에 영향 줄까

블라터 회장은 이번 수사를 계기로 FIFA의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스로 ‘부패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라 비리 척결은 쉽지않아 보인다.

전 세계 209개 FIFA 회원국은 29일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 본부에서 제12대 FIFA회장을 선출하는 총회를 개최한다. 1998년 이후 다섯 번째 연임에 도전하는 블라터 회장과 FIFA 부회장인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40)가 경합 중이다. 각국 축구협회에서 과반(105표) 이상을 받으면 ‘축구 대통령’의 권좌에 오른다.

블라터가 비리와 뇌물로 얼룩졌지만 FIFA 회장 선거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입지 기반이 약한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아직 블라터를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블라터는 개도국에게 자금지원 등의 ‘당근 제공’으로 표심을 잡아놓은 상태다. 실제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날 “블라터 회장 지지를 재확인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유럽축구연맹(UEFA) 미셸 플라티니 회장은 28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블라터 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UEFA는 29일 회장 선거는 보이콧하지 않기로 했다. 플라티니 회장은 “유럽축구협회 대다수가 알리 빈 알 후세인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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