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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환자 발길 뚝… SNS엔 ‘∼카더라’ 괴담

입력 : 2015-05-29 19:00:32 수정 : 2015-05-29 20: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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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진원지 병원 가보니
“겁이 나서 병원 안에 못 들어가겠어요.”

29일 오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입원했던 수도권의 A 병원 1층 현관은 마스크를 쓴 병원 직원들만 눈에 띌 뿐, 환자들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마치 ‘유령병원’ 같았다.

일주일 전 예약해놓은 유방암 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왔다는 김모(53·여)씨는 “메르스 소문을 듣고 겁이 나서 병원 안에 못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참을 서성이다 “병원에서 오후 진료를 안 하기로 했다고 연락이 왔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이 병원은 메르스 진원지라는 소문이 나면서 2∼3일 전부터 외래환자가 뚝 끊겼다. 병원 경비 업무를 보는 한 직원은 “평소 주차장에 차량이 가득 찼는데 지금은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병원이 된서리를 맞았다”고 푸념했다.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었다. 한 의사는 누군가 통화하면서 “아 진짜, 나 보고 여기 계속 있으래”라고 말했다.

병원은 이날 오전 진료만 하고 오후 진료를 안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 병원 원무과장은 “당시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7층 근무 간호사들을 전부 가택 격리 조치했다”며 “오늘 저녁 내부 회의를 거쳐서 잠정 폐쇄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 결과 때문에 친구를 따라왔다는 인근 주민 박모(55·여)씨는 “근처 다른 병원에도 메르스 환자가 들어와서 그 병원 원장이 감염됐다는 말을 어제 들었다”며 지역에서 돌고 있는 메르스 괴담을 전했다.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이 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중심으로 근거 없는 괴담까지 퍼지고 있다.

이날 오전부터 SNS에서는 ‘평택, 수원에 지금 메르스 바이러스 확진자들이 좀 나왔는데 굉장히 전염이 잘 되고 치사율이 무려 40%, 백신 없고 치료법 없고 접촉만으로도 감염된다’, ‘당분간 B 병원에 가지 마라. 6번째 환자가 B 병원에 왔다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집중치료시설(ICU)이 폐쇄됐다고 하니 병원 근처에는 가지 않는 게 좋다’ 등의 글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세종청사 중앙 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메르스 일일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B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환자가 와서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맞지만 바로 국가지정병원으로 이송했고, 병실도 모두 정상 운영 중”이라며 “메르스에 감염돼 치료하지 않았을 때 사망률이 40%이지만 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그렇게까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현실성이 없다고 할지라도 삶과 죽음 등 안전과 관련된 이야기는 과장이 쉽고 확산 속도도 빠른 편”이라면서 “정부의 객관적인 통계나 국민이 납득할 만한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박세준·김승환·김건호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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