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 스토리] 그라운드에 다시 뜬 옛 챔프의 영광

관련이슈 S 스토리

입력 : 2015-05-30 06:00:00 수정 : 2015-05-30 06:00:0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프로스포츠 복고 유니폼 열풍… 그때 그 시절 만끽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의 홈경기가 열린 인천구장. SK 선수들은 평소 입던 흰색 홈 유니폼 대신 베이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가운데 검정색으로 ‘INCHEON’이란 글씨를 크게 새긴 이 유니폼은 단숨에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옷은 1947년 4대 도시 대항 전국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인천야구 대표팀 ‘인천군’을 재현한 유니폼이다. 이 유니폼은 인천 야구 100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6월 12일 처음 등장했고, 지난해 10월 7일 ‘레전드 데이’ 행사에서 다시 한번 선수들이 입고 나왔다. 지난해까지는 유니폼 전면에 당시 인천 영문 표기인 ‘INCHUN’을 써 붙였다.


SK는 팬들의 호응에 힘입어 제3유니폼으로 지정한 뒤 로고를 인천의 현재 영문 표기인 ‘INCHEON’으로 바꾸고 일요일 홈경기마다 입기로 했다. SK는 2002년에도 프로 원년 인천 연고팀이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유니폼을 입고 나와 주목을 받았다.

프로스포츠에 복고 유니폼 열풍이 뜨겁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매진 행렬로 촉발된 복고 바람은 사실 프로야구에서 먼저 불었다. 롯데와 두산 등 다수 구단들은 매월 특정일을 지정해 선수들이 옛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오른다. 

팬들이 올드 유니폼에 열광하자 구단들은 앞다퉈 이를 상품화했고 구단 수익에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구단들이 역사와 전통이 담긴 스토리를 강조하고 팬들 역시 유니폼을 통해 과거 향수를 느끼며 호응한 결과로 분석된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 팬들이 창단 당시 디자인으로 만든 복고 유니폼을 사기 위해 판매 하루전인 지난 15일 밤부터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 기념품 판매소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고 있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 제공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2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경기 때 올드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이 경기를 뛰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홈경기를 ‘챔피언스 데이’로 지정한 롯데는 1984년과 1992년 우승 당시 유니폼을 선수들이 착용한다. 흰색 바탕에 가슴팍에는 빨간색으로 ‘LOTTE’가 박혀 있고 양쪽 어깨는 빨간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다. 챔피언스 데이의 입장료는 우승했을 때 수준인 정상요금의 50%만 받는다.

롯데는 2006년부터 ‘챔피언스 데이’를 진행했다. 당시 하위권을 맴돌던 롯데는 우승했던 시절 유니폼을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그 시절 향수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려는 전략으로 유니폼을 제작했다.

결국 롯데는 옛 영광을 바라는 팬들의 발걸음을 다시 경기장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롯데는 자체 쇼핑몰에서 흰색 홈 유니폼과 푸른색 원정 유니폼을 2007년부터 팔고 있다. 복고 유니폼은 전체 유니폼 판매량의 35%를 차지하면서 가장 인기 있는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두산 베어스는 ‘플레이어스 데이’라는 이름으로 올드 유니폼 행사를 치른다. 매월 특정 일요일이면 선수들이 구단 전신인 OB 베어스가 프로야구 원년(1982년)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OB 베어스 유니폼의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한 채 상의 엠블럼만 조금 바꿨다. ‘OB’를 제외한 ‘BEARS’를 새겨넣었고 모자에는 ‘OB’ 대신 ‘D’자만 표시했다.

2007년 6월 10일 두산은 OB베어스 원년 우승의 주역 ‘불사조’ 박철순을 시구자로 초대해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기서 영감을 받은 두산은 그해 9월 22일 ‘추억의 82, 95 이벤트’를 실시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 차례 우승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2007시즌 우승을 하겠다는 각오였다. 이때 처음 두산은 올드 유니폼을 팬들 앞에 선보였다. 두산의 올드 유니폼도 판매량이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로 팬들에게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프로농구에서도 복고 유니폼은 올드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아마추어 농구대잔치부터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온 구단인 삼성은 2008년부터 매년 2월 말 홈경기 때 창단기념 행사를 갖는다. 선수들은 짙은 파란색 혹은 붉은색에 한자로 ‘三星電子(삼성전자)’라고 박힌 옛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뛴다. 경기장을 찾은 올드팬들은 유니폼과 구단이 준비한 옛 영상을 보면서 1980년대 우승 당시의 추억에 잠긴다. 삼성도 클래식 유니폼이 전체 판매량의 37%에 이른다.

최준서 한양대 교수(스포츠산업학)는 “노스텔지어(nostalgia·향수) 마케팅이 성공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복고 유니폼은 팬들이 어릴 때부터 응원하던 팀의 영광스러운 과거를 추억하는 계기가 된다”면서 “구단 입장에서도 팬들의 향수를 자극해 우리 팀은 과거 우승 전력이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구단이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