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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 권력 키우려고 헌법 뒤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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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9 19:55:46 수정 : 2015-05-29 19:5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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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어제 새벽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처리하면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에 대해 국회가 수정 변경을 요구하고 행정기관은 처리토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98조2항)을 통과시켰다. 이는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권의 강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특권 200여개를 갖고 있는 국회가 권력 하나를 더 추가한 것이다.

청와대가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치권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어제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법률을 집행하기 위한 정부 시행령을 국회가 좌지우지하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고유한 시행령 제정권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행정부 기능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국회가 정한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어긋나는 경우만 그렇게 할 뿐 국회가 모든 시행령에 간섭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국가적 과제가 산적하다. 당·청이 힘을 모아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 같은 당·청 간 파열음은 국정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법 기존 조항은 ‘내용에 맞지 않는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통보한다’고 돼 있다. 개정안은 기존 조항에 비해 강화됐고 사실상 강제성을 띠고 있다. 개정안이 삼권분립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행정입법의 위법 여부는 대법원만이 판단할 수 있는데 국회법에 복속시키려는 것은 국회 만능주의의 발로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기존 국회법으로도 법률 취지 또는 내용에 부합되지 않는 대통령령 등에 대해서는 시정조치를 할 수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9월 74개 사례를 찾아내 정부에 수정을 요구한 것이 그걸 말해준다. 그런데도 굳이 공무원연금법 개혁안을 처리하면서 국회법 개정안을 같이 처리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이유는 뭔가. 더구나 이 개정안은 국회 서랍에 1년 이상 묵혀 있었고 사전에 논의된 적도 없다. 부랴부랴 여야가 합의하면서 새벽에 기습 처리한 것이다. 당연히 담합이라는 의구심이 나온다. 국회 권한을 키우기 위해 슬그머니 끼워넣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국회가 제 일을 하면서 정부에 대한 통제권력을 갖는다면 누가 뭐라지도 않는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회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겨우 5%에 그친다. 0%가 돼야 정신을 차릴지 묻게 된다. 여야가 스스로 되돌려 놓지 못한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 헌법을 지키고 무소불위의 국회를 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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