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는 1998년 늦가을에 드디어 북녘 땅을 밟았다. 세월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꿈에 그리던 어머니는 세상에 이미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금강산에 오른 송해는 만물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한참 바위를 쳐다보자 안내원이 다가왔다. “보고 싶은 건 모두 보여주는 신기한 바위입네다. 선생도 한번 해보시라요.” 간절한 마음으로 송해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잠시 후 눈을 떴더니 이게 웬일인가. 어머니 얼굴이 눈앞에 보름달처럼 환하게 나타난 것이다. 얼른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짧고도 영원한 모자 상봉이었다.
송해는 올해 사모(思母)의 한과 분단의 설움을 담은 신곡 ‘유랑청춘’을 발표했다. 고향을 되찾기 전까지는 떠돌이 인생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 유랑청춘들이 우리 주위에 아직 많다. 실향의 아픔을 대물림한 2, 3세까지 합치면 유랑청춘은 족히 천만을 헤아린다.
어제 서울 광화문 통일박람회 개막식에서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비둘기 풍선’ 날리기 퍼포먼스가 열렸다. 국민이 자연스럽게 통일을 생각하도록 마련한 행사라고는 하지만 아쉬움이 적지 않다. 통일에 대비한 아무 준비가 없는 현실 탓이다. 외교와 안보 태세는 차치하고도 통일비용은 아예 생각 밖이다. 다들 제 밥그릇에만 신경을 곤두세울 뿐, 북녘 동포를 위한 통일 밥그릇에는 관심이 없다. 통일 재원은 텅 빈 지 오래다.
송해는 북한에서 두 번 전국노래자랑을 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진짜 소원이 하나 있다. 황해도 재령에서 고향 사람들과 함께 흥겨운 노래판을 벌이는 일이다. ‘송해의 꿈’은 과연 이뤄질까. 천만 유랑청춘의 꿈은 현실이 될까.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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