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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표류 위기' 해상작전헬기···"비리" VS "적법"

입력 : 2015-05-29 17:33:01 수정 : 2015-05-29 20: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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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비행중인 와일드캣 한국 해군 인도분 1호기. 사진=아구스타웨스트랜드

해군이 잠수함 탐지 능력 강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도입이 ‘비리 논란’에 휩싸였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실물도 없는 와일드캣을 시험평가하기 위해 일부 장교들이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등 허위로 시험평가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군 당국과 제조사는 “절차대로 한 것으로 큰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 채워”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와일드캣을 도입하기 위해 허위 구매시험평가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로 임모(51) 전 해군 대령, 황모(43) 전 해군 중령, 신모(42) 해군 중령을 지난 21일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12년 8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이탈리아·영국 합작사의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에 대해 “실물 평가를 했고 요구 성능을 충족한다”는 구매시험평가결과서를 허위로 작성해 2013년 1월 와일드캣이 5890억원 규모의 해상작전헬기 1차 사업 기종으로 선정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 전 대령은 해군 전력분석시험평가단 무기시험평가과장으로 국외시험평가를 총괄했고, 황 전 중령과 신 중령은 국외시험평가관으로서 해상작전헬기 구매시험평가를 담당했다.

합수단은 실물이 없는 와일드캣을 시험평가하기 위해 이들이 육군용 헬기에 모래주머니를 채우는 등 허위로 시험평가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체공 시간과 어뢰 무장 여부 등 대잠전(對潛戰) 수행을 위해 해군이 요구하는 성능에도 미달하는 기종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와일드캣의 체공시간이나 무장 등의 능력에 대한 논란은 이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와일드캣이 각종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임무 유용하중은 1607㎏으로 경어뢰 등 장비를 탑재할 경우 연료 주유량은 253㎏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종사와 탄약 무게 등이 포함될 경우 실제 연료 주입량은 200㎏도 채 되지 않아 비행시간은 최대 38분에 불과하다”고 밝힌바 있다.

와일드캣은 지난 2012년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 잠수함에 대응해 도입이 결정된 해상작전헬기다. 영국과 이탈리아 합작사가 제작했고, 해군 함정에 배치돼 적의 함정과 잠수함을 탐지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맡는다.

지난 2013년 1월15일 제64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는 대당 500여억원인 와일드캣 8대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시설공사와 간접비를 포함해 589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미 헬기 대금 3923억원 중 선급금으로 1757억원이 지불됐다.

◆ 군·제작사 “절차대로 했다” 반발

합수단의 수사에 대해 군 당국은 “절차대로 했고, 위법 사실은 없다”고 해명에 나섰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전력발전업무 훈령에 따르면 개발중인 품목에 대한 시험평가는 분석, 검사, 시연 등의 방법을 지정하고 있다”며 “반드시 실물평가해야하는 것은 아니며 유사한 조건으로도 시험평가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자료사진)


김시철 방위사업청 대변인도 “무기 도입 과정에서 실물이 있으면 실물에 의한 평가를 하지만, 실물이 없으면 자료에 의한 평가와 같은 방법들로 시험평가를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와일드캣의 작전운용성능에 관한 수락검사가 진행되는데, 수락검사를 통과하지 못한다면 도입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제작사인 아구스타웨스트랜드 역시 입장자료를 통해 “와일드켓은 방위사업청의 제안요구서에 따라 최대체공시간과 무장 장착 능력 등 작전요구성능(ROC)을 모두 충족했다”며 “한국 해군이 와일드캣을 도입하면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와일드캣은 첨단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저주파 소나, 스파이크 미사일을 장착해 북한의 잠수함과 고속정, 해안포에 대한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사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모래주머니 비행’에 대해 “체공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중량을 맞추는 방식의 일환으로 모래주머니를 싣는 것은 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관계자 역시 “실물이 없어 유사한 기종으로 시험한 것을 문제 삼으면, 차기전투기(F-X) 사업 당시 후보기종인 F-35나 사일런트 이글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작사의 종합적인 능력이나 도입 국가에서의 운용 상황 등을 합쳐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사는 이달 말부터 해군 조종사 3명을 대상으로 와일드캣 기종전환 1차 조종교육을 진행한다. 이후 2차 교육과 정비사, 소나 오퍼레이터 등을 대상으로 교육이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제작사 측은 올해 안에 4대를 납품하고 나머지 4대는 2016년 말로 예정된 납기보다 2개월 먼저 한국 해군에 인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와일드캣 인수 거부 하면 어떻게 될까

방위사업청은 “수락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와일드캣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만약 인수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훈련중인 링스 해상작전헬기와 209급 잠수함(자료사진)


실제로 독일과 그리스는 214급 잠수함 인수를 놓고 외교 마찰까지 빚은바 있다.

그리스 해군은 지난 2000년 독일의 방위산업체 HDW사로부터 17억 유로(약 2조1000억원)에 214급 잠수함 4척의 도입 계약을 맺었다. 이중 2004년 독일 조선소에서 건조된 1번함‘파파니콜리스’가 두 차례에 걸친 테스트에서 중대 결함이 발견되자 2006년 인수를 거부했다.

이후 제작사가 보수에 나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지만 그리스가 국방장관까지 나서 잠수함을 인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자 독일 정부가 항의하는 등 외교 마찰로 번졌다.

결국 2010년 그리스가 잠수함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그리스 정부가 심각한 재정적자로 잠수함 대금 지불을 피하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되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초래했다.

와일드캣 역시 합수단의 수사와 방위사업청의 수락검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지 않을 경우 독일-그리스와 비슷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도입 일정이 지켜질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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