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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구불 호수 물줄기 따라… 자연과 함께 힐링을

입력 : 2015-06-12 00:59:48 수정 : 2015-06-12 00: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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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대전 휘돌아가는 220㎞ 오백리 도보길
대통령 별장 청남대 있어 한때 ‘금단의 땅’
산·섬·물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에 흠뻑 젖어
느긋하게 걷다보면 삶의 스트레스도 말끔히
낙조에 물든 대청호. 황금빛에 물든 호반과 주변의 산이 어우러져 경탄을 자아낸다.
대청호는 충청도 사람들에게 어머니 같은 곳이다. 1980년 대청댐이 축조된 뒤 45년째 500여만명의 목을 축이고 농토를 적시는 젖줄이다. 이곳 사람들이 어지간한 가뭄에도 물걱정을 하지 않는 것도 다 대청호 덕이다.

대청호는 한때 금단의 땅이었다. 군사 정권의 서슬이 퍼렀던 시절 대통령 별장이던 청남대를 짓고 그곳 경비를 명목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접근을 막아왔기 때문이다.

그런 대청호가 비로소 속살을 드러냈다. 구불구불 용틀임하는 호수의 물줄기를 따라 끊어진 길을 잇고 사람들을 품안에 맞이하기 시작했다. 대청호 수변을 끼고 최근 220㎞에 걸쳐 만들어진 오백리 도보길이 열린 것이다.
추동 습지공원

40여년 만에 장막을 걷어낸 대청호는 푸른 물줄기에 많은 것을 담아놓았다.

물과 산이 어우러진 수려한 자연경관은 신비에 가깝다. 고즈넉한 농촌 풍경과 자연이 살아숨쉬는 습지, 옛사람의 온기가 남아있는 문화 유적, 호젓한 우드데크길, 생태체험장, 갈대밭에서 온갖 토속 먹거리 식당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알록달록 꽃들과 신선한 초록빛의 신록이 넘실거리는 호수의 굽이굽이마다 자연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퍼즐들이 놓여 있다.

느긋한 마음으로 걷다 보면 몸에 자연이 담기고 어느덧 도시생활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릴 힐링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복숭아꽃 만발한 찬샘마을

하루를 넉넉히 잡고 대청호 오백리길을 걸으려면 대전쪽이 제격이다. 출발점은 신탄진 대청댐 옆 물문화전시관이다. 1구간은 ‘두메마을길’로 이름을 붙였다. 자녀들 교육여행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물문화전시관 뒤편의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눈앞에 잔잔한 대청호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삼전동, 덕골, 갈전동에 조성한 부유습지와 거대 갈대습지 등 생태학습장이 되는 생태공원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호수가 생길 것을 짐작이라도 한 듯한 이름의 미호동(渼湖洞)과 용이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용호동, 원효대사가 머물렀을 때 왕이 살게 된다고 예언했다는 현암사 등을 지나며 지명과 역사에 대한 생각을 가다듬을 수 있다. 구간 끝자락에 위치한 이현동 두메마을은 대전의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이다. 계절별로 산야초효소만들기, 두부만들기, 고구마·감자 캐기, 옥수수 따기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곳 갈대밭에서 시작되는 2구간은 호수의 경관을 오롯히 즐기며 걷는 길이다. 하늘을 가린 임도를 따라 호수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삼국시대 쌓은 성치산성을 돌아나오면 녹색농촌 체험마을인 ‘찬샘마을’이 있다.
우드데크로 이어진 생태 탐방로

3구간인 호반열녀길은 경관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곳곳에 사진찍기 좋은 곳이 널려 있다. 호젓한 호수길을 걷다 보면 열녀문을 하사받은 쌍청당 송유의 어머니의 재실인 관동묘려와 서울에서 영호남으로 가는 길목의 옛 여관인 미륵원터도 만날 수 있다. 길손에게 잠자리와 음식을 무료로 제공하고 행려자 구호활동을 벌여 사회복지기관 역할도 했다고 한다.

호반을 따라 쭉 이어져 ‘호반낭만길’로 이름이 붙은 4구간은 호수의 풍광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길 중간의 S자 갈대밭이 압권이다. 2005년 방영된 드라마 ‘슬픈연가’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갈대밭길 건너는 가래울마을(추동)이다. 마을 입구에 위치한 대청호 자연습지공원에서는 마을 이름처럼 가을이면 국화축제가 열린다. 공원 한가운데 풍차가 탐방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공원의 뒷자락에는 대청호 자연생태관도 있어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습지공원을 나와 나무데크길을 따라 이동하면 연꽃마을(주산동)에 당도한다. 여름에는 여러 종류의 연꽃이 만발해 탐방객들을 즐겁게 한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이 싫증이 날 때쯤 산길로 방향을 튼다. 제5구간인 ‘백골산성 낭만길’이다. 백골산성은 해발 340m 높이 산 정상에 지어진 백제 산성으로 서쪽에는 백제의 전략적 거점인 계족산성이, 동쪽에는 신라의 관산성이 위치한 군사적 요충지이다. 가파른 지형에 세워진 탓인지 무너져 내린 부분이 많아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지만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대청호의 풍경은 한폭의 수채화다. 호수를 사이에 두고 들쭉날쭉한 골짜기들이 마치 남해의 다도해를 연상시킨다.

백골산성길의 끝은 6구간의 시작인 충북 옥천군 군북면 와정삼거리에 닿는다. 물에 잠긴 옛 다리의 흔적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걷는 길이 별미다. 과수원이 많아 풍요롭다. 충북쪽이지만 곧바로 대전으로 방향을 틀어 중간쯤에서 다시 충북 보은군으로 연결된다. 이후 20구간까지는 충북의 보은, 옥천, 청주지역을 돌아 마지막 21구간에서 다시 충북과 대전이 이어진다.

청주시 문의대교를 출발해 대청호 밑에 조성된 대청공원까지 14㎞에 이르는 21구간은 ‘대청로하스길’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청호 조정지댐에서 대청공원에 이르는 5㎞는 호수 주변을 따라 나무 데크로 연결돼 유모차나 휠체어도 접근이 가능하다. 갈대숲과 푸른호수, 우거진 나무들이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특히 물 아래에 뿌리를 내린 왕버들 군락이 유명하다. 폐취수장 2개소가 커피숍 등 여행자 휴게쉼터와 전망대, 생태교육, 전시공간 등으로 멋지게 변신해 있어 걷기여행의 마침표를 찍기에 제격이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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