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무서 조명까지… 싹 바꾼 ‘지젤’

입력 : 2015-06-14 21:49:04 수정 : 2015-06-14 21:49:0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UBC, 세계 초연 ‘그램 머피의 지젤’ 고전발레 ‘지젤’이 새로워졌다. 목에서 어깨, 등을 타고 흐르는 아름다운 ‘지젤 라인’은 없었다. 윌리(처녀 귀신)들의 고운 목선은 허리까지 풀어헤친 은발에 덮였다. 몸짓도 마냥 우아하지 않았다. 남성들에게 복수하리라는 확고한 의지가 온몸에 넘쳤다. 유니버설발레단(UBC)이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세계 초연한 ‘그램 머피의 지젤’은 현대적 세련미에 한국적 색채를 입힌 작품이었다. 신선한 해석과 공격적 안무, 독특한 무대가 돋보였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일부 장면에서 고전 발레의 움직임과 현대성, 한국 전통문화가 어색하게 악수하는 듯한 점은 아쉬웠다. 1막의 짜임새도 부족했다.

이 작품은 여러 면에서 주목 받았다. 고전발레의 대표작을 호주 안무가 그램 머피가 통째로 뜯어고친 데다 음악과 무대·조명·의상까지 새로 만들었기에 궁금증을 자아냈다. 국내 발레계에는 그간 전막 창작 무용이 적었다. 대형 창작 작품이어도 낙랑공주, 춘향·심청전처럼 우리 전통 소재를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UBC의 시도가 의미 있는 이유다.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이 창작 발레 ‘그램 머피의 지젤’을 세계 초연하고 있다.
UBC 제공
가장 인상적인 무대는 2막 윌리들의 춤이었다. 창백한 은발의 윌리들은 이질적이고 섬뜩했다. 남성들을 몰아대는 동작은 힘차고 공격적이며 날카로웠다. 삐져나오는 불협화음과 강렬한 리듬은 긴장감을 더했다. 스산한 고목을 배경으로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져 매혹적이면서도 위협적인 무대가 펼쳐졌다. 안무가 머피는 기존 윌리들이 처녀 귀신인데도 온화한 점에 의문을 품고 이들을 배신당해 한을 품은 악령으로 바꿨다.

안무는 대결·싸움 장면에서 빛을 발했다. 알브레히트와 힐라리온의 싸움, 윌리들의 위협은 독특하고 강렬했다. 반면 지젤과 알브레히트의 2인무 등 사랑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밀도가 덜했다. ‘지젤’에서 감정 흐름의 핵심인 사랑이 절절히 와닿지 않았다. 연인의 사랑이라는 기본 뼈대가 약한 데다 전혀 다른 두 세계가 만나는 복잡한 설정까지 녹이다 보니 1부 흐름이 탄력적이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안무가 머피는 기존의 평민 대 귀족 구도 대신 지젤이 속한 자연친화적이고 따뜻한 세계와 알브레히트의 경직되고 차가운 세계가 접촉하는 이야기로 각색했다.

음악과 무대에는 한국적 요소가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관현악 사이로 꽹과리, 징, 장구, 가야금, 목어 등 전통악기의 소리가 들려왔다. 지젤과 알브레히트가 처음 만나는 대목에서는 한국의 산수를 담은 수묵화를 무대 배경으로 세워놓았다. 한국적 요소의 세련된 변용이 감상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에서는 고전과 현대, 서구와 한국이라는 요소들이 상승 효과를 내지 못하고 덜 저은 음료처럼 애매모호한 맛을 냈다.

초연 첫 공연이다 보니 무용수들의 실수도 눈에 띄었다. 1막 군무에서는 동작이 맞지 않거나 움직임에 확신이 없는 듯한 모습이 일부 보였다.

송은아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