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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메르스와 당국의 무능·무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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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4 21:24:45 수정 : 2015-06-14 23: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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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겪고도 달라진게 없는 정부
국민 신뢰 잃고 ‘예방후진국’ 오명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배 안에서 ‘퇴선명령’만 기다리던 300여명의 어린 학생과 승객이 배와 함께 물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TV를 통해 본 국민들은 누군가가 ‘뛰어내리라’고만 외쳤어도 최소 몇 십명은 더 구했을 거라며 가슴 아파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전염병이 이 나라에 상륙해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는데도 그동안의 정부 대응이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고 있다면 필자의 잘못된 생각일까.

초기 대응에 실패해 현재의 사태를 초래한 정부 대응을 보면서 많은 국민과 언론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메르스에 대한 보건당국의 대응을 보면 무능·무지·무성의·무정책이 빚은 최악의 사태라고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난 5월4일 중동에서 돌아온 의심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에 내원해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으나 당국은 역학적으로 맞지 않다며 거절했다가 세 번에 걸친 요청이 있은 후에야 확진판정을 했다. 또한, 첫 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기 전 입원했던 지방병원은 좁은 병실에 많은 환자와 그 가족이 함께 상주하고 있었지만 환풍시설이 없는 등 전염병이 확산되기에 쉬운 구조였음에도 메르스가 공기로는 전염되지 않는다는 이론을 과신한 나머지 접촉자를 추적 관리하지 않아 그 한 곳에서 37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1차 감염자 중 한 사람이 다른 대형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다가 14일 현재 72명을 더 감염시키기에 이르렀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관계 당국에서는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당연히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을 전수조사해 의심환자에 대한 철저한 검진은 물론 격리조치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당국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늑장대처를 하는 사이 의심환자는 자가격리 신분임에도 지방에 골프 나들이를 가는 등 관리에 구멍이 생겨 메르스가 평택과 서울을 넘어 성남, 부천, 순창, 부산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당국은 감염환자가 거쳐 간 병원의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고 마치 자가격리가 기대한 대로 돼가고 있는 듯한 브리핑을 계속했다. 그러나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자 메르스 환자 발생 18일 만에서야 총리대행이 관계 장관 및 관련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동대응을 약속하는 회견을 가졌다.

이번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보면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해 미국 대륙에 상륙했을 때 미국 정부가 취한 신속한 대응과 크게 비교된다. 당시 미국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수차례 열며 촘촘한 방역 대책과 실시간 상황을 국민과 공유하며 ‘에볼라와의 전쟁’에 나선 것은 물론 환자가 이동하는 과정을 TV로 생중계함으로써 국민을 안심시켰다.

바이러스성 질환은 바이러스 자체의 지속적인 변이로 근본 치료제 개발이 극히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미확인 질병이 발생할 경우라도 질병을 다루는 의학적 절차와 대책이 오래전부터 발달돼 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우리나라는 전쟁과 분단으로 이어지는 어려운 국난 속에서도 국민의 보건을 위협하는 각종 전염병과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해 왔다. 적어도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우리는 ‘예방선진국’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메르스 발생 세계 2위국이라는 오명(汚名)마저 얻게 됐다.

이번 메르스가 발생하자 과거와 현재의 질병대책이 도대체 어떻게 달라진 것인지 국민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인력과 예산이 공무원들의 임무 수행에 필요하도록 제공되고 있음에도 왜 혼란과 무질서가 이 나라를 휩쓸고, 정부가 국민을 안심시키지 못하는 것인가. 이러한 점으로 미뤄볼 때 메르스 등 국가적 재난 대처에 대한 문제점은 바로 ‘공직 리더십의 부재’ 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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