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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에 완성한 마지막 자화상, 어둠을 밝힐 빛이 되길 소망했다

입력 : 2015-06-16 21:28:20 수정 : 2015-06-16 21: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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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원 유작전, 예술의전당서 22일까지
지난 4월 중견작가 한 사람이 스러져갔다. 1980년대 신표현주의 기법으로 주목을 끌었던 강성원(사진) 화백이다. 입체감과 무게감을 표현하기 위해 실리콘에 아크릴과 유화를 섞어 화폭을 꾸몄던 그였다. 3000개 넘는 실리콘을 사용하며 개인전을 준비해 오던 그는 지난해 11월 암 진단을 받은 뒤 5개월 만에 마지막 자화상을 남긴 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열악한 작업실 환경이 그에게서 화필을 영원히 앗아가 버린 셈이다. 그를 기리는 유작전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2일까지 열린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 전 총장은 강 작가를 추모하는 글에서 “그가 남긴 작품들은 하나같이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라며 “먼 훗날 사람들이 눈을 가질 때 그 찬란함에 놀랄 것”이라고 했다.

이 세상이 평강하고 성스러운 정원으로 거듭나기를 열망했던 강 작가였지만 자신의 어둡고 무거운 그림 속 이미지가 주는 압박감에 오랜 시간 시달려야 했다. 생전에 그는 “아무리 자제력을 발휘하여 그림을 단순하고 밝게 표현하려 해도 마무리 과정에 들어서면 다시 침침한 분위기로 일관된다. 왜 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지 그 까닭을 정말 나도 모르겠다”고 실토를 했을 정도다.

강성원 작 삶-나들이(2014)
1990년대 독일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신표현주의의 기수로 평론가들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지만 점차 화단에서 잊혀져 갔다. 작품이 풍기는 어둡고 거칠고 강한 분위기 때문에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깨진 옹기 무덤, 잘린 동물의 머리나 내장 찌꺼기, 흐물거리는 인간의 뇌, 파괴된 피아노 건반 등 부정적이고 기이한 형상들이 화폭에 난무했다. 몸과 영혼의 온갖 배설물을 쏟아내는 듯한 그의 작업은 종교적 ‘방언’ 같은 것이었다.

그는 평소 “미술의 최종적인 목표는 선을 이루는 것이다. 내 그림은 영혼 구원에 봉사되어지는 도구”라고 지론처럼 얘기했다. 그는 한동안 자신은 썩은 세상을 파헤쳐 놓기만 한다고, 그의 대안 없는 작업들을 자책하며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절망을 토로하기도 했다. 온 몸에 퍼져버린 암으로 죽음을 선고받은 후에야 비로소 끝낼 수 있었던 마지막 자화상 속에는 이런 메모를 남겼다. “처음엔 조금 놀라고 했어도, 그것이 축복인 줄 후에 알았지.” (032)612-0097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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