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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제례악 9월 파리에 울려 퍼진다

입력 : 2015-06-18 21:38:10 수정 : 2015-06-19 00: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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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佛수교 130주년 맞아 역대 최대 규모
120명 참여 음악·춤·제례 전과정 선보여
“한국 전통예술 정수 세계에 보여줄 것”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를 모두 간직한 종합예술이 ‘종묘제례악’입니다. 유럽 공연예술의 중심지 프랑스에서 역대 최대규모로 ‘종묘제례악’을 선보여 우리 문화의 품격을 알리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지난 11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종묘제례악 공연에서 김해숙 국립국악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호이자 유네스코 등재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인 종묘제례악이 9월 18∼19일 프랑스 국립샤요극장의 장 빌라르 극장 무대에 오른다. 내년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9월부터 내년 말까지 한국과 프랑스에서 각각 진행되는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 개막공연이자 국립샤이오극장의 2015∼2016 시즌 개막작으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조선시대의 품격 있는 악(樂), 가(歌), 무(舞)를 하나로 엮은 종합예술로 평가받는 ‘종묘제례악’.
종묘제례악은 조선왕조의 역대 제왕과 왕후의 신주를 모신 사당인 ‘종묘’에서 그들을 기리는 제사인 ‘종묘제례’를 지낼 때 쓰인 기악과 노래, 춤이다. 음악과 노래, 춤을 하나로 엮은 종합예술로, 한국 궁중문화의 총체적인 역량이 모두 담겨 있는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이자 560년 넘게 생명력을 이어온 문화유산이다.

9월 프랑스 공연에 앞서 11일 선보인 종묘제례악 무대는 잊고 있던 우리의 ‘품격’을 확인케 했다. 선대 왕들에게 폐백을 올리는 첫 막으로 모든 출연진들이 한 무대에 올라 장엄함 그 자체를 선사한 ‘전폐희문’과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례절차인 ‘보태평’은 관객을 매료시켰다. 또 선대왕들의 문덕을 칭송하는 궁중무용인 ‘문무’는 절제되고 담백한 춤사위를 통해 궁중예술의 서정성과 섬세함을 엿볼 수 있게 했다. 또 선대왕들의 무공을 칭송하는 궁중무용인 ‘무무’는 절도 있고 듬직한 무사들의 용맹스런 기개가 춤사위를 통해 전해졌다. 이날 공연에서 붉은색과 푸른색 의상으로 반반씩 나누어진 무용수들의 모습을 통해 음양의 조화와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의미가 상징화됐고, 웅장하고도 장엄한 음악과 함께 강직하고 역동성 있는 궁중무용이 어우러지며 장중한 감동을 자아냈다.

프랑스 공연에는 음악과 노래를 담당하는 국립국악원 정악단 50명, 춤을 담당하는 무용단 35명 등 85명의 예술단원과 전문 제작진 등 120명이 참여해 종묘제례악의 음악과 춤, 제례 과정 전체를 역대 최대규모로 선보인다. 앞서 2000년 일본, 2007년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연주단 40여명 규모로 종묘제례악을 약식으로 무대에 올린 적은 있지만 외국에서 완전체 형태로 공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는 9월 ‘종묘제례악’이 공연되는 프랑스 국립샤요극장.
최준호 한불 상호교류의 해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종묘제례악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고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최고의 걸작이자, 한 나라의 음악이 이토록 오랫동안 유지·전승된 경우가 희귀하다는 점에서 개막작으로 부족함이 없다는 데 양국 조직위가 동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한·불 상호 교류의 해’ 행사뿐만 아니라 국립샤요극장의 시즌 공연 중 가장 비중 있는 작품을 내세우는 개막작으로 선정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

종묘제례악은 1200여석 규모의 극장에서 유료공연으로 현지 관객들과 만나게 된다. 국립샤이오극장은 오페라가르니에와 더불어 유럽 최고의 무용 공연장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김 원장은 “종묘제례악 전곡을 올리는 것은 우리 음악사에도 역사적인 일이지만 크게는 한국 전통예술의 정수를 유럽 심장부에 던져 국가와 문화의 위상과 격을 높인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종묘제례악은 제례 현장에서 연주하는 음악이기는 하지만 음악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무대예술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축문’을 읽는 소리 등 제례절차의 음악 외적 소리는 제한하고 장대하고 엄숙한 원곡의 예술성을 부각하는 데 집중한다. 춤도 국립샤이오극장의 T자형 무대 공간에 맞춰 어느 각도에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구도를 일부 변경했다. 현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공연 도입부에 종묘제례악 해설과 종묘의 사계절이 담긴 영상을 상영하고, 제례 절차에 따른 음악과 춤에 대해서도 자막으로 안내한다.

김 원장은 “파리를 시작으로 올 가을 베를린, 마드리드, 부다페스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다양한 국악 프로그램 순회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해외공연 시장 진출을 적극 확대해 국악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고 국악 한류 확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9월에는 안숙선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이 ‘파리가을축제’에 초청돼 ‘수궁가’를 선보이고 10월에는 민속악단 아쟁 명인인 김영길 악장이 ‘프랑스 상상축제’에 초청돼 산조와 시나위 등을 공연한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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