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듯하면서도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구나 싶어요. 그간 연주자로서 기록을 남기는 게 무서웠던 것 같아요. 은연중에 첫 앨범을 미뤄 왔죠. 그런데 유니버설뮤직에서 먼저 발매를 제안해 왔을 때 ‘이건 해야겠다’ 싶었어요.”
앨범에는 슈만 ‘아라베스크’ ‘유모레스크’ ‘크라이슬레리아나’ 전곡이 수록됐다. 슈만은 그가 아끼고 아끼다 내놓은 작곡가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쯤 슈만을 처음 들었어요. ‘크라이슬레리아나’였는데 듣자마자 소름 끼쳤어요. 무서워서 듣기 싫을 정도였어요. 그게 엄청 매력 있게 느껴진 것 같아요.”
그는 “슈만은 순한 성격과 공격적 모습을 모두 가진 작곡가”라며 “자신의 이중성을 인정하고 작품에 반영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주에서 이런 면모를 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김다솔은 슈만뿐만 아니라 수많은 음악을 즐겨 듣는다. 팝, 재즈도 가리지 않는다. 피아노를 배운 것도 “어린 시절 클래식 듣는 게 워낙 좋아 ‘나중에 꼭 배워 보자’고 생각해서였다”고 한다. 만 11살에 피아노 학원 문을 두드렸다. 평범한 시작이었지만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5년 후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했고 현재 하노버국립음대 최고연주자 과정에서 졸업연주만 남겨두고 있다. 그 사이 콩쿠르 우승과 입상 등을 거치며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피아노를 친 이후 “한 번도 관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며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워낙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되고 싶은 피아니스트는 “무대 위에서 솔직하고 감성적이고 항상 따뜻한 음악가”이다.
“제게 연주자란 직업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해서 행복한데 돈까지 벌 수 있는 일이에요. 직업이라 하기에도 뭣한 것 같아요. 친구들 회사 다니는 걸 보면 어디 가서 힘들다고 얘기하지도 말아야지 싶어요. 갈수록 감사해져요.”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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