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정민칼럼] 한국의 위기관리와 국제사회의 시선

관련이슈 이정민 칼럼

입력 : 2015-06-21 19:31:43 수정 : 2015-06-21 19:31:4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하드파워 비해 소프트 파워 약해
외국인 배려는 선진국가의 기본
초고속 경제성장, 빠른 속도의 민주화, 성공적인 세계화 등을 이뤄낸 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지표상 선진국으로 볼 수 있고 국제사회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수출 강국 세계 5위, 초고속 인터넷 세계 1위, 블룸버그 혁신지수 세계 1위, 유엔 인간개발지수 세계 15위, 특허등록률 세계 4위,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관하고 있는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세계 4∼5위 등 대다수의 경제·사회·교육·기술지표로 본 한국은 분명 선진국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 직후에 보여준 정부의 초동대응능력을 목격한 대다수의 국민은 매우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위기 속의 한국을 국제사회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국제사회의 반응과 시각은 매우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정부와 일부 병원의 부실한 초동대응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메르스 위기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전국에 확산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보도가 지배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는 분명 있지만 최악의 상황 중 하나인 판데믹(전염병의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그러나 정부는 메르스 위기관리와 관련해 국제적 여파와 장기적인 기회비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으며, 더 위급한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정부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주 필자는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안보학술회의에서 미국 관리, 아시아안보 전문가, 동북아·한반도연구 학자들과 남중국해와 해양문제를 논의했다. 회의를 마친 후 오랜 기간 한국을 관찰한 전문가들과 메르스 관련 한국의 대응태세에 대한 보다 자세한 의견을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예외없이 한국의 의료수준과 국가인프라 등 한국의 하드파워는 여느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손색없지만 다음과 같은 소프트 파워의 약점을 지적했다.

첫째, 한국 정부는 각종 위기관리 매뉴얼과 외형적인 조직변화를 강조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실질적인 위기상황 시 다양한 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극대화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한국 정부와 사회의 경직된 조직문화, 폐쇄적인 정보공유시스템, 권위주의적 상명하달식의 의사결정구조 등을 꼽았다. 한 예로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안전처를 신설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특히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는지 많은 질문을 했다. 한국 전문가들은 메르스 사태야말로 신형 국가안보 위협으로 반드시 간주해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둘째, 한국인과 한국 정부는 자국의 국민과 교포가 제3국에서 유사시에 어떠한 보호를 받고 있는지 매우 민감한데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을 위한 조치가 내국인을 위한 조치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해했다.

셋째, 한국 정부는 경제력이 세계 10위권이라는 점을 여러 차원에서 강조하면서도 적극적인 대외홍보를 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한국에 상주하는 외신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브리핑도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한 많은 한국 고위관리의 다소 폐쇄적인 사고 등에서 선진화·국제화된 한국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발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3년 7월에 발생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에서 목숨을 잃은 중국 학생을 기억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들을 기억해야 함은 물론 범국가적인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타지에서 생활하는 우리 국민이 소중한 만큼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단순진리를 몸소 깨달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