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단독] “北미술 사실주의 70년 ‘한우물’… 테크닉·미학적 큰 진전”

입력 : 2015-06-23 21:10:30 수정 : 2015-06-23 23:30:1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7차례 평양 방문 北미술 연구… 문범강 美조지타운대 교수
2011년부터 7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북한 미술을 연구해 온 미국 조지타운대학 미술과 문범강(61·사진) 교수가 최근 서울에 왔다. 극동문제연구소의 해외학자 초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내한한 것이다. 하버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등에서 북한 미술 특강을 하기도 했던 그는 서울에 머물면서 ‘평양 현대미술’ 책을 집필 중이다. 오는 26일 오후 2시엔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동시대미술을 통해 본 평양’을 주제로 미술특강을 한다. 그에게 북한 현대미술의 실상을 들어보았다.

2013년 11월 평양발 베이징행 고려항공기 내에서 만수대 창작사 김성민 부사장과 우연히 동승한 문범강 교수(오른쪽). 조선화 중흥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김 부사장은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회 위원장직을 겸하고 있는 북한 미술계 최고 실력자로 알려진 인물이다.
-북한 현대미술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나.

한마디로 북한 미술의 ‘거대함’에 있다. 그것은 단지 창작의 양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치열한 체제 속에서 창작가(화가, 조각가)들은 토론과 실습을 부단히 지속하여 왔고, 그 결과 지난 70년 동안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정수를 만들어 내게 되었다.

세계 미술사에서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정의해 1934∼1992년으로 끝난 미술 사조로 보고 있는데 이는 올바른 책정이 아니다. 구소련의 붕괴를 기점으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끝자락을 잡고 있지만 사실 북한의 미술을 보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미술은 소련과 중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유형을 창출해내고 있다. 다름 아닌 ‘조선화’의 눈부신 발전에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의 북한식 고유성과 독특성을 찾을 수 있다. 극동의 동양화는 이미 현대미술의 주류를 타고 자유롭게 펼쳐나갔다. 이는 재료뿐 아니라 표현 방식의 다양화로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의 발로다. 반면, 북한의 조선화는 현대의 물살이 스며들 틈이 거의 없는 닫혀진 세계에서 오직 ‘사실주의’만을 내세우며 깊이를 더해가며 발전해왔다. 오늘에 와서 현대 조선화는 종이와 먹(그리고 물감)을 사용하는 재료로 표현하는 동양화의 영역에서 그 어떤 나라도 흉내낼 수 없는 힘있고 개성 있는 동양화의 장르로 우뚝 서게 되었다.

-북한 미술의 매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하는 데는 북한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림 자체가 희소성이 있고 테크닉, 미학적으로 상당히 진전을 이뤘다. 지금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사실주의를 탄생시킨 것이다. 70년 동안 한우물을 판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깊이 들어가지 않았던 표현법, 대담하고 과감한 큰 붓을 사용한 표현도 있고, 극치에 달한 세밀한 표현까지도 섭렵하고 있다. 중국 작가들조차도 그렇게 그릴 수 없다고 손을 들 정도다. 최근 들어 많은 유럽과 중국 컬렉터들이 북한 미술을 사들이는 이유다. 중국 경매에서 북한 미술품이 수십만달러에 팔려나가고 있다. 

북한 만수대창작사 김성민 부사장을 북한 미술계의 스타로 부상시킨 작품인 ‘지난날의 용해공들’(1980년작, 조선화). 일제 강점기 제철소에 징집돼 노역 중인 인물들을 그린 작품이다. 활달하고 강렬하며 자유분방한 필체가 이채롭다.
-북한의 창작 환경을 소개해 달라.

1959년에 생긴 대표적인 만수대 창작사를 예로 들어보겠다. 창작가가 1000명에 이르고 이들을 보조해주는 인력이 3000명에 달한다. 지방에도 창작사들이 운영되고 있다. 군집화된 창작실이라 보면 된다. 일종의 창작기지라 할 수 있다. 창작사 안에 화실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창작가는 창작사로 매일 출근을 한다. 일일 레지던시라 할 수 있다. 기본 생활이 보장돼 자부심도 대단하다. 미술교육기관으론 평양에 평양미술대학이 있고 각도에 예술학원이 운영되고 있다. 5년제인 평양미술대학은 북한 최고의 미술명문이다. 각 창작사에서는 평양미술대학 졸업생을 서로 데려가려고 경쟁을 벌일 정도다.

북한 지도자들의 미술에 대한 관심도 뜨거운 편이다. 창작사도 방문하고 있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산업발전엔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부쩍 강조하고 있다. 2012년에 제1차 국가산업미술전람회가 열렸는데 김 제1위원장이 이 자리에서 “지금에 와서는 물품의 질은 비슷비슷하다”며 “결국 디자인에 따라 소비자가 그리 간다”고 역설했다. 유학파의 젊은 감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만수대창작사에선 역대 지도자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게 상례인 줄 알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의 초상화도 그렸나.

평양미술대학 송춘남 부학장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다. 그리겠다고 상부에 올려도 승낙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 제1위원장이 아직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