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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사과' 여론 떨떠름…"목숨 걸고 참말해야 신경숙이 산다"

입력 : 2015-06-25 00:01:12 수정 : 2015-06-25 0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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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논란에 휩싸인 소설가 신경숙(52)이 23일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당 소설을 작품 목록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표절을 인정했다기보다 “자신의 기억을 믿을 수 없다”는 애매한 해명으로 인해 신경숙의 사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일부 문인은 과연 이 문제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부호를 달며 문학계에 뿌리깊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현우 문학평론가는 24일 뉴시스에 “작가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이상적인데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면서 “문학계와 출판계가 얼마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반성하는지가 과제로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종섭 시인도 24일 뉴시스에 “문단은 신경숙 편”이라고 지적한 뒤 “기존의 문학 권력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변화할 여지가 전혀 없다고 본다”며 회의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새로운 대안세력이 출현해야 한다”라며 “대안세력이 기존질서에 끊임없이 비평적 싸움을 제기하고, 스스로 문학성을 담보한 출판, 비평,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문학계 내부에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앞서 23일 페이스북에 한국작가회의와 문화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최근의 표절사태와 한국 문학권력의 현재’ 토론회에 대해서도 “내용과 가치로 보면 그 의의가 매우 중요하나, 시기와 용도의 전략적 차원에서 보면 그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시인은 토론회가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오히려 표절 정국을 가라앉히기 위한 수순의 역할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는 토론회보다는 “문학계 원로나 중진들의 성명서 발표 같은 게 훨씬 더 효과나 파장이 크다”고 봤다. 하지만 현재 문학계의 유력인사들이 침묵하고 있기 때문에 "대안세력의 출현”만이 문학계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강제윤 시인도 문학계의 표절불감증을 지적했다. 그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절이 신경숙만의 문제일까”라고 자문한 뒤 “신경숙이 그토록 표절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것은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 흔한 표절의 죄를 자기 혼자 다 뒤집어쓰는 것이 억울하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

이어 과거 자신도 한 베스트셀러 시인에게 표절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힌 뒤 “당시 출판사 사장이 무릎 꿇고 비는 바람에 그 책은 전량 회수해 폐기 처분하고 출처를 밝힌 뒤 책 제목으로 쓰는 것을 허락해 주는 선에서 마무리 지은 적이 있다”며 “지금 돌아보면 용서한 것이 옳았는지 회의가 든다”고 썼다. 시인 이제하는 이 글에 대해 ‘좋아요’를 눌러 지지했다.

소설가 김곰치는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한 사람의 작가를 보고 싶다. 한 사람 작가의 작가다운 말을 보고 싶다. 목숨을 걸고 참말을 해야 신경숙이 산다”라고 썼다.

주강현 전직 제주대 석좌교수이자 현재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장은 신경숙의 사과에 대해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자백 아닌 마지못한 일보후퇴”라며 씁쓸해했다.

주 원장은 “어쩌다 우리사회가 한결같은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 기억력으로 무슨 글쓰기를…무슨 세계적 작가. 솔직하게 인정해야 다음 기회가 있는데 스스로 봉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는, 자백 아닌 마지못한 일보후퇴…당체 책은 누가 사줄까 독자는 봉인가”라고 개탄했다.

이어 “"땅에서 스러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 그 유명한 보조국사께서 남기신 어록 아닌가. (앞서 신경숙 작가는 절필선언은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문학이란 땅에서 넘어졌으니 그 땅을 짚고 일어나겠다’고 말했다) 끝까지 남의 것 가져와. 출처 없으니…물론 이것도 우연이겠지요· (중략) 작가회의 출판사. 모두 신뢰하던 곳들인데 그들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할 것인가. 흡사 정치인들 얼버무리는 것 보는 느낌”이라고 썼다.

전 시사저널 문학담당기자였던 성우제 씨는 신경숙의 작가적 도덕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성씨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경숙이 자기가 한 표절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 있었더라면 십 수년 전에 벌써 정리되었을 일”이라며 “불감증을 가진 사람이니, 여론에 떠밀려 하는 사과에 진정성이 있을 리 없다”고 비난했다.

현재 캐나다에 거주 중인 성씨는 이후 캐나다 고등학교의 표절방지교육이 얼마나 철저한지에 대해서도 글을 올렸다. ‘남의 글은 절대로 훔쳐서는 안된다, (중략) 쓰고 싶으면 출처를 정확하게 인용해야 한다, (중략) 카피는 도둑질이므로 절대 하면 안 된다는 점을 (우리나라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인 자신의 둘째) 아이가 긴장을 하게끔 학교는 가르친다”고 적고 있다.

한편 20년 경력의 한 출판편집자는 이번 표절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 해법을 제안했다. 그는 일단 "신경숙 작가와 창비는 표절을 인정하고 독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의 책은 회수한 후 절판시켜야 하며, 표절시비가 있는 신경숙 작가의 다른 책들도 전수조사해서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고 했다.

"표절위원회를 구성해서 전수조사를 하는 게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하다."

앞으로 문학계 표절방지를 위해서는 표절에 대한 기본원칙을 만들고 "표절은 범죄행위"라는 기조 하에 작가와 출판사에게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한 번이라도 표절을 한 작가는 문단에서 일정기간 활동할 수 없게 자격을 박탈하든지 책 출간을 할 수 없도록 하고, 문제의 작품을 출간한 출판사의 경우 판매부수만큼 위약금을 물게 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일정 기간 신간발행정지를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는 그동안 뭐했나"라며 "청소년유해 책만 고르는 작업을 할 것이 아니라, 표절심의도 했어야 되지 않나. 표절이야말로 간행물 윤리 면에서 가장 유해한 책"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응준(45)은 지난 16일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 코리아를 통해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1996)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83)의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신경숙은 다음날인 17일 창작과비평 출판사에 보낸 메일을 통해 "오래 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며 표절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창비 문학출판부도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거센 비판에 휩싸이자 창비는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사과하는 내용의 입장글을 18일 오후 발표했다. 같은날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이 신경숙을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신경숙은 23일 "문제가 된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우국'의 문장과 자신의 단편소설 '전설'의 문장을 여러 차례 대조해 본 결과, 표절이란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창비는 이날 '전설'이 실린 작품집을 출고정지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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