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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방 탈북여성의 힘겨운 삶 세밀하게 포착

입력 : 2015-06-25 20:21:04 수정 : 2015-06-25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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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상 수상작가 강희진 소설 ‘포피’ 펴내
‘포피’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20대 중반의 여자가 있다. 어린시절을 북한에서 보냈고, 중국에서 머물다가 남한에 정착해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다. 그네는 여느 탈북자들처럼 일자리를 찾다가 지쳐 키스방에서 일을 한다. 남한 사회 남성들의 왜곡된 성적 일탈을 도와주는 일이다. 그네가 단골 손님 하나를 붙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구술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 ‘포피’(나무옆의자)다. 1억원 고료 세계문학상(7회) 수상작가인 강희진(51·사진)의 역작이다.

“포피의 삶의 과정은 적지 않은 탈북 여성들이 걸어온 길입니다. 다만 포피에게 키스방은 단순한 돈 버는 장소가 아니라 세상을 떠돌면서 받은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는 공간이기도 하지요. 그녀는 자신 속에 있는 모든 욕망을 신랄하게 뱉어냄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구합니다. 또한 이 소설은 지적으로 탁월한 한 여인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사랑한 한 남자에 대한 순정이기도 합니다.”

강희진은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유령’에서도 탈북자를 등장시켰다. 이 작품에서는 정체성 혼돈에 빠진 현대인의 상징으로 탈북자를 설정했다면, 이번 작품에는 북한의 실상과 남한 사회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탈북자들을 보다 세밀하게 포착했다. “남한사회는 탈북자나 이주여성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약자들이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곳입니다. 탈북자 자살률이 평균치의 3배나 된다지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탈북자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열악해졌습니다.”

그는 “포피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약간은 무섭고 두려웠다”면서 “나의 글 쓰기 방식대로 탈북자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의도와 달리 독자에게 그들에 대한 편견을 고착시키는 것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남한에 있는 많은 포피들이 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자신에게 덧씌운 탈북의 사슬, 편견의 올가미를 풀고 당찬 인간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문학평론가 김미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은 이 작품이 “탈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이나 페미니즘적인 접근에서 보여주었던 상투성과 계몽성을 피해가고 있는 새로운 탈북소설”이라면서 “남한 소비자본주의의 상징인 ‘키스방’과 북한 공산주의의 상징인 ‘탈북 여성’의 결합으로 인해 소설의 긴장과 갈등이 자연스럽게 구조화되면서 죽어도 살아 있는 남북한 ‘좀비들’의 실상이 중층적으로 제시되는 문제작”이라고 평가했다. ‘포피’는 양귀비란 뜻으로 아편, 돈, 위로, 심지어 아버지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포피의 삶처럼 복잡한 단어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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