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침묵의 압박' 강경한 靑…유승민 "못 물러난다"

입력 : 2015-06-28 18:42:24 수정 : 2015-06-29 07:46: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朴대통령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후폭풍…유승민 거취 29일 분수령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정국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28일 오후 국회 정문 앞 신호차단기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본청의 갇혀 있는 듯한 모습.
새누리당과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침묵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지난 26일 유 원내대표가 바짝 몸을 낮추고 “죄송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이후 그 흐름은 강해지는 분위기다. 여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나온 대통령 메시지의 엄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에 박 대통령의 불만이 더욱 커졌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8일 통화에서 “박 대통령께서 국무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 ‘같이 갈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 만큼 이에 대해 달리 해석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여당이 정부를 도와 국민에게 약속했던 사항을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게 대통령 뜻”이라고 전했다. 여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국회 내 실무책임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함에도 유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만 했다는 것이 박 대통령 판단이라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경고성 발언이 아니다. 여당이나 유 원내대표의 사과 한 번으로 대통령이 자신 생각이나 태도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던진 유 원내대표 불신임 메시지가 돌발적인 언급이 아니라는 의미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직장으로 따지면 ‘권고사직’에 해당한다”고 풀이했다.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청와대는 지난 5월 중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국민연금과 연계되면서 당·청 갈등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박 대통령이 조윤선 전 정무수석을 교체하면서 한 차례 여당 지도부에 경고했다고 주장한다. 당시 조 수석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자진 사퇴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사실상 조 수석 교체를 결정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명시와 관련된 당·청 간 진실 공방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여당이 다시 본격적인 대야 협상에 나선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측근인 조 수석 교체를 통해 여야를 상대로 협상 타결을 압박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럼에도 또다시 여당 원내지도부가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더 큰 문제를 일으키자 박 대통령은 더는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29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언급을 내놓을지가 주목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무회의에서 이미 한 차례 언급을 하신 마당에 수석비서관 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을 하실지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회의 발언 이후 새누리당이 사흘이 지나도록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채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추가 언급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당·청 및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요일인 28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주차 자리가 비어 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지역구인 대구에서 하루 머무르고 이날 오후 상경했다.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유승민 대응 고심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27일 오후 KTX를 타고 지역구인 대구로 내려가 하루를 머물렀다. 매주 하던 대로 요양 중인 부친을 만난 뒤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고심하며 지역 민심을 들었다. 28일 오후 서울로 올라와서는 자택에 들어가지 않고 모처에서 측근들과 다양한 변수를 점검하며 숙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가 대공세를 예고한 29일 최고위원회의를 앞두고 결전을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서울역에 도착한 뒤 일부 기자와 만나 거취 문제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신중모드를 취했다. 이어 “(서청원 최고위원과 연락을) 따로 취한 것 없다”고 말했으나, 청와대 측과의 접촉 여부에 대해서는 “그것은 얘기 못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26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정책자문위원 위촉장 수여식에서 참석자들에게 허리를 거의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수여식 인사말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파동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했다.
유 원내대표는 “버틸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내대표직을 고수하며 당·청 관계를 개선하는 실행 플랜을 내놓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당헌·당규상 원내대표직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사퇴시킬 수단이 없다.

그는 대통령이 뭐라 한다고 의원들이 선출한 원내대표직을 함부로 던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최근 지인들과 만나 “만약 내가 이대로 물러난다면 당·청 관계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그게 가장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여당 원내사령탑을 멋대로 갈아치우는 상황이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수직적 당·청 관계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게다가 지난 25일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의원들의 뜻을 따르는 게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엎드린 것도 의총 결의에 따른 행동이다.

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사퇴 이유’가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는 게 유 원내대표의 소신이다. 개인사를 떠나 행정부와 입법부의 중대한 권한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청와대를 방문한 새누리당 지도부를 맞이하면서 유승민 원내대표(오른쪽)와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무성 대표.
세계일보 자료사진
비박계 의원들의 적극적인 만류도 외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특히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총선에서 중도개혁 이미지가 강한 유 원내대표가 필요한 처지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계가 거론하는 최고위원 동반사퇴 카드에 대해 실효성이 낮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 대표 체제가 무너져 전당대회가 다시 치러지더라도 친박계가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는 친박계가 추진 중인 의원총회 재소집에 대해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으나 부정적인 입장이다.

관건은 김 대표 행보다. 유 원내대표로선 김 대표가 자진사퇴를 요청하는 경우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박 대통령의 2차 공격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내홍 격화는 유 원내대표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호적 여론이 번지는 것은 버팀목이 될 수 있다. 주말동안 인터넷에선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유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댓글이 압도적이었다.

김채연 · 이우승 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