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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기대 말라… 그냥 꿈꿔라, 상상하라

입력 : 2015-07-01 10:00:00 수정 : 2015-07-01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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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진작가의 새로운 ‘보기’ 제안 요즘 작품의 새로운 트렌드는 관람객에게 단순히 ‘보라’는 차원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상상하라!’, ‘관조하라!’고 권한다. 사진작가 원범식과 김성윤의 작품은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일우사진상을 수상한 원범식 작가는 카메라로 수집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유명 건축물 이미지를 콜라주 작업을 통하여 새로운 스타일의 ‘건축조각’ 사진 시리즈를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서울, 런던, 뉴욕, 카이로, 베니스, 베이징, 피사, 예루살렘 등 수많은 도시들에서 대표적인 건축물들을 사진이라는 방식으로 수집한 뒤, 이를 디지털 콜라주 작업을 통해서 재조합한다. 때론 지역별로, 때론 용도별로 건축물 이미지는 재조합된다. 작가가 실재하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한 뒤 주관적 프레임을 통해서 재조합한 사진이라 할 수 있다.

원범식의 ‘건축조각’. 도시들의 유명 건축물 이미지를 모아 콜라주 형식으로 재조합한 작품이다. 회색빛 배경으로 거대하게 우뚝 선 모습은 사이보그를 연상시킨다.
‘건축조각’은 회색빛 하늘과 잔디밭을 배경으로 서 있다. 건축물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배경 구성이다. 동화속 마법의 성 같기도 하고 실재할 것 같은 거대 구조물처럼 보인다. 거대함이 상상의 나래는 절로 펼치게 만든다. 한쪽으론 도시속 인간욕망의 환영이 넘실거리기도 한다.

작가는 원래 거대 건축물을 사진에 담는 것을 좋아했다. 거대함 그 자체에 독특한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건축가의 것이었다. 재조합은 그런 고민속에서 탄생한 작업이다.

일우재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신수진 교수(연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는 “디지털 프로세스가 가능하게 한 ‘상상하는 방법’을 깨닫게 해준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짓는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대신 수집한 재료들을 차곡차곡 붙여나가는 방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보고 있자면, 이 세계가 당연하게 여기는 규칙들은 무의미해진다. 작가의 집요한 작업 과정을 통해서 시각화된 통쾌한 상상력은 지루한 인내심과 자유로운 해방감 사이에서 미묘한 긴장을 느끼게 해준다”고 평했다. 8월 5일까지 일우 스페이스에서 수상기념전. (02)753-6502

김성윤의 ‘관조’. 긴 정지화면 같이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시각적 공평성이다. 작품 공간 속 무수한 것들에 시선이 흐르다 보니 긴 시간의 관조 상태에 이르게 된다.
트렁크갤러리에서 2∼28일 개인전을 갖는 김성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어떤 대상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는다. 특정 사물이나 공간에 무게를 두지 않는 ‘시각적 공평성’이 화두다.

“시각소통의 개념이 만연한 이 시대에서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허하게(혹은 불가능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언어적 정의나 본질적 해석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물을 바라보려 하는 노력은 이따금 초월적인 경험의 순간을 선사한다.”

그의 작업은 ‘우리는 보지만 관조하지 못하고, 수용하지만 지각하지 못하며, 기록하지만 인식하지 못한다’는 ‘보기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오늘 우리 시대는 ‘보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보다’는 말이 되고, 말은 의미를 갖고, 의미는 정보로 수용되어 소통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한다. 그러한 이미지가 권위를 가지고 시대를 이끌었다. 하지만 고요한 마음으로 관조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는 마음상태로 보는 현실은 허상으로 가득하다.”

최근 들어 기존의 이미지 논리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보았지만 본 것이 아니었고 말했지만 마음에 와 닿지 않아 오해로 소통되는 이미지의 풍토에 다르게 보기를 제의하려는 다양한 의지들이 등장하고 있다. 김성윤 작가도 그중 한 사람이다.

트렁크갤러리 박영숙 대표는 “이제 모두 기존의 이미지 생산논리에 서서히 지치며 식상하는 것 같다. 우리들의 인식체계도 바뀌었고 지금의 이미지생산체계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기존의 이미지가 논리적 성향을 보였다면 보다 감성적 성향을 지닌 지각, 인식체계로 변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윤의 작업도 그런 흐름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02)3210-1233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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