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건물 앞에서 108배를 하는 외환은행 노조 간부들 세계일보 자료사진 |
2012년 2월 17일 하나금융과 외환 노조는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5년간 합병하지 않고 별도의 독립법인으로 남는다’는 취지의 합의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하나금융이 조기 통합을 추진하면서 양측은 법적 공방을 벌이는 한편 2.17 합의서 수정안을 각각 제시했다. 하나금융 측은 “외환 노조 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어 외환은행 직원들이 통합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그간의 협상과정에서 양측의 제안 내용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법원이 합병금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수용하자 외환은행 경영진은 외환 노조에 그동안 협상을 진행했던 4대4 실무진 대화를 재개하고 오는 6일까지 통합 합의를 마무리짓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외환노조 측은 4대4 대화단에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김근용 노조위원장이 참여하는 ‘5대5 대화’를 요구했다. 이에 하나금융 측은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외환은행장을 제외하고 그룹 회장 참여를 요구하는 것은 시간끌기 전략”이라며 거절했다.
이처럼 양측의 설전이 격화되고 있어 하나금융이 1차 협상기한으로 제시한 오는 6일까지 합의안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하나금융 측이 수정안을 공개한 것도 더 이상 노조와 승강이하지 않고 외환은행 직원들과 국민 여론의 판단을 받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법원이 하나금융 쪽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여론도 우리 편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6일까지는 최대한 협상을 하고 안 되면 6일 이후 김정태 회장이 직접 외환 직원들에게 수정안 내용과 통합의 당위성 등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환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합에 대한 찬반투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경영진과 노조의 잦은 법적 분쟁과 여론몰이에 피로감을 호소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환은행 5년차 직원 A(29·여)씨는 “우리 지점의 경우 (통합)될 거면 차라리 빨리 되라, 어차피 합병될 텐데 실익을 챙길 수 있으면 챙기는 게 낫다는 분위기이다. 아예 관심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은 “하나금융이 외환을 처음 인수할 때 독립경영을 약속한 바 있고 기본적으로 노사관계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방치하면 외환은행이나 하나금융의 경쟁력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며 “회사가 발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의 권익이 보호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10월까지 통합하지 못할 경우 지방세특례제한법 때문에 금융법인 합병 시 면제됐던 등록면허세를 추가로 3000억원 이상 부담해야 한다. 이는 올해 1분기 외환은행 순이익의 약 세 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하나·외환은행 통합 예비인가 신청과 관련, “그것이 법원의 결정 취지인 만큼 신청이 오면 접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임 위원장은 “예비인가 인가를 심사할 때 노사 간 합의 문제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중요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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