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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꼭 완승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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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2 21:13:47 수정 : 2015-07-02 2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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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도 굽히고 유승민도 사과한 마당
거둔 성과도 많은데 공세 멈추지 않아
6일 이후 나라가 걱정
비타협의 힘은 단기적으로 이익이 크다. “양보는 없다”는 식으로 완고한 입장을 취할 때마다 상대는 수용할 것인지, 협상을 중단할 것인지 양자택일밖에는 할 수 없다. 지금 유승민 사태가 그렇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졸지에 배신자로 낙인 찍혔다. 6·25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했을 때 그는 양자택일의 기로로 몰렸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은 무섭다. 거부권을 행사한 그날, 유 원내대표가 표적이 되면서 거부권의 적절성에 대한 비판론은 사라지고 대신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과연 배신자인지 아닌지가 이슈가 됐다. 정책의 문제를 인격의 문제로 환치시켜 버린 것이다. 이어 친박계 의원들이 여당을 뒤흔들어 놓으면서 “메르스에 국가가 뚫렸는지, 삼성병원이 뚫렸는지”에 대한 책임 논란도 사소한 것이 돼 버렸다.

김무성 대표는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오르내린다. 지난 4·29 재보선 압승 등 연전연승으로 덕장 위의 ‘복장’이라는 덕담을, ‘선거의 여왕’ 반열인 ‘선거의 남왕’이라는 호칭도 받았던 그다. 그런 그가 유승민 사태가 터지자 “파국을 막아야 한다”며 즉각 몸을 낮췄다. 유 원내대표는 “마음을 푸시라”며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무엇보다 여당의 투톱은 국회법 개정안을 6일 국회본회의에서 폐기 처리한다는 결의까지 내놨다. 박 대통령에겐 일석이조의 성과다. 퇴로를 막아버린, 비타협의 힘은 이렇게 크다.

비타협은 배제이며, 그것은 ‘우리끼리’ ‘독불장군’이라는 말과 동의어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신정치를 한 조직으론 동교동계(김대중), 상도동계(김영삼)가 있다. 그들은 보스정치와 패거리 정치를 의리로 포장했다. 친박계도 성향상 그들과 유사하다. 지금 잘나가는 친박계 의원의 무지막지한 욕설을 듣고 크게 놀란 적이 있다. 친박계 사람을 비판한 신문 칼럼을 보고서였다. 그의 논리는 이랬다. “적들 앞에서 우리 편을 공격하는 것은 적을 돕는 행위다.” 그 칼럼니스트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청와대 요직으로 발탁됐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면서 옷을 벗었다. 그도 유난히 편가르기를 하는 편이었는데 친박계는 그 이상이었다. 비타협의 남용은 배타성으로 나타난다. 유승민 사태 와중에 친박계의 단결력은 돋보였다. 하지만 이 시대에 맞는 행동인지는 의심스럽다. 

백영철 논설위원
박 대통령은 어제 한국을 포함한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에 참석한 의장들과 오찬을 함께 할 계획이었다. 행사는 접견으로 축소되고 정의화 국회의장은 명단에서 제외됐다. 전날 민주평통자문회의 모임엔 여당의 김 대표가 불참했다. 입법부 수장과 여당 지도부를 더 만나야 할 시점이다. 감정과 오해를 해소하려면 그 길밖에 없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멈추지 않고 비타협의 기를 뿜어대고 있다. 사실 원칙주의와 비타협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원칙이 비타협 태도로 나타나면 정치의 요체인 포용과 배려, 통합의 가치는 멀어진다. 비타협의 정치는 계파엔 득이지만 결국 나라엔 독이다.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것은 아버지를 위해서였다. 유 원내대표에게 자리를 던지라는 것은 정치를 그만두라는 얘기인데, 심청이 심정보다 더 복잡할 것이다.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와 명분도 많다. 먼저 자진사퇴의 실익이 하나도 없다. 당헌당규에 의해 의총에서 뽑힌 원내대표가 정치적 압박으로 옷을 벗는 것은 대의명분에도 맞지 않는다. 당내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젊은 의원들과 친이세력이 받쳐주고 있다. 이런데도 유 원내대표가 무심의 자세로 몸을 던지면 박 대통령과 친박계는 완승하게 된다.

그러나 말이다. 유 원내대표가 6일 이후 권총을 자신의 머리에 갖다 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친박계가 다시 벌떼처럼 일어나 당이 무력화되고 나라가 멍드는데도 꼭 끝장을 봐야 하겠다는 것인가? 70%의 승리가 최선인데도 꼭 완승해야 하는가? 비타협의 태도가 정치적으로 너무 남용되고 그래서 나라가 걱정이 돼서 던져보는 질문들이다.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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