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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회 위안부 결의안 채택 헌신하다 타계
서옥자씨, 나눔의 집서 추모집 출판기념회
“미국 해병대 출신의 인권 변호사였던 레인은 늘 약자를 돕는 정의로운 삶을 살다 간 사람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워싱턴정신대대책위원회 서옥자 고문이 2일 동지이자 연인이었던 고(故) 레인 에반스(1951∼2014·사진)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과의 추억을 조용히 더듬었다. 에반스 전 의원은 2007년 7월 미국 하원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위안부 결의를 있게 한 선구자 같은 인물이다. 2001년 미국 의회 사상 최초로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뒤 2005, 2006년까지 모두 3차례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했다. 2001년과 2005년 제출된 결의안은 상정조차 못했고, 2006년에는 상정은 됐으나 회기가 만료됨에 따라 자동폐기됐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노력은 2007년 일본계 마이크 혼다 하원 의원이 제출한 제4차 위안부 결의안(HR-121) 통과의 밑거름이 됐다. 1982년 31세의 나이로 고향 일리노이주에서 당선 후 내리 12선을 한 그는 파킨스병 때문에 2006년 11월 정계에서 은퇴한 뒤 투병생활을 하다 지난해 11월 63세의 나이에 타계했다.정부가 2006년 수여한 수교훈장 광화장은 2008년 전달됐다.

이날 경기도 광주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 역사광장에서는 에반스 전 의원 추모식과 서 고문이 그와의 인연을 책으로 엮은 추모서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서옥자(왼쪽 세 번째) 미국 워싱턴정신대대책위원회 고문이 2일 경기도 광주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 보호시설인 나눔의 집에서 열린 레인 에반스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 추모식 겸 추모서 ‘그대의 목소리가 되어’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이옥선 할머니, 서 고문, 이태식 전 주미국대사.
광주=서상배 선임기자

서 고문은 “레인의 삶처럼 소외된 이웃, 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는 삶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그와의 만남, 위안부문제 소송, 위안부 청문회, 프러포즈 등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식 활동과 에반스 전 의원과의 인연이 날줄과 씨줄로 엮여졌다. 투병 중이던 에반스 전 의원과 혼담이 오가자 법정후견인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는 이야기도 담고 있다. 서 고문은 “(정계 은퇴 후) 돌아가시기 8년 동안 접근도 못하고 보살피지도 못한 아픔을 겪으면서 저 분의 영혼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했다”며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 영혼에서 나오는 소리를 한 자, 한 자 적다가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태식 전 주미대사는 이 자리에서 “2005년 10월부터 2009년 3월 대사로 재직할 때 에반스 전 의원에게 ‘어떻게 우리 위안부 문제에 그렇게 특별한 관심을 갖고 남다른 정열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첫 번째는 서옥자 고문 때문이고 둘째는 이게 옳은 일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듣고 크게 감명받았다”며 “그가 이제 가고 없으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생각할 때마다 그분의 발자취가 생각이 나고 여기 어딘가 에반스 전 의원의 혼이 함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 전 대사를 비롯해 나눔의 집 원장인 원행 스님·안신권 소장,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이옥선 할머니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광주=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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