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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빚 청산·교육비 위해'…대리모 선택한 印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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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04 14:00:00 수정 : 2015-07-04 1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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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22명이 출산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아기를 얼른 낳았으면 좋겠다는 표정이다. 과제를 해치우는 심정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아기가 세상에 나와도 자신이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난에 허덕여 ‘대리모’ 전선에 뛰어든 인도 여성들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대리모에 지원하는 인도 여성들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취업도 어렵고 가정형편도 어려운 여성들이 다른 사람 대신 아기를 낳아 돈을 벌려는 목적이다.

인도 북부 하리아나주 구르가온에 있는 한 대리모의 집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여성들에게 최소 27만5000루피(약 490만원)에서 최고 30만루피(약 530만원)를 지급한다. 물론 쌍둥이를 낳으면 이보다 많이 준다.

대리모의 집을 운영 중인 샤란은 “몇몇 도시는 대리모들을 위한 곳으로 변하고 있다”며 “대리모의 장점을 광고하기 위해 담당자들을 여러 도시에 파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대리모 22명과 계약관계를 맺었다”고 덧붙였다.

샤란은 “주로 노동자 계층 여성에 초점을 맞춘다”며 “그들은 젊고 갓 결혼해 대리모의 최적 조건을 갖췄다”고 얘기했다. 그는 “여성들을 고용하기 전 대리모의 위험성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한다”며 “지원자 중 절반 정도만 면접을 통과해 대리모가 된다”고 덧붙였다.

대리모가 된 여성들은 어려운 가정형편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도덕적 문제가 마음에 걸려도 자기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불임 부부를 위해 지난달 남자아기를 낳은 소니(21·여)는 대가로 27만5000루피(약 490만원)를 받았다. 남편이 델리 서부지역의 공장에 다니는 그는 “아들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소니의 아들은 그가 출산하자마자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턱없이 부족한 수입으로는 아들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요. 우리 부부는 그것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고요. 결국 대리모가 될 수밖에 없었죠.”

소니는 “돈을 받자마자 아들을 병원에 입원시켰다”며 “내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아들이 병원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9개월간 벌어들인 돈은 모두 아들을 위해 쓰였다”며 “빚지지 않고 수술비를 치를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임신 6개월인 카이루니산(23·여)은 10대인 두 딸의 결혼을 위해 대리모가 됐다. 물건포장일을 하는 남편의 수입으로는 가계를 꾸리기에도 벅차 딸의 결혼비용을 대는 건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카이루니산은 “인도에서는 딸을 결혼시킬 때 부모가 부담할 것이 많다”며 “나중에 우리 딸들이 컸을 때 원활히 결혼준비 할 수 있게 돕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로지 딸의 미래를 위해 대리모가 됐다”며 “가족들이 무척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카이루니산은 대리모의 집에 처음 왔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대리모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 이곳에 머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아무 탈 없이 잘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끔 남편과 딸들이 면회를 온다”며 “얼른 아기를 낳고 집에 돌아가고 싶다”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출산을 앞둔 핑쿠(28·여)는 대리모의 집에 두 아들과 머물고 있다. 수출관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남편이 자녀를 돌보기 어려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아들과 함께 사는 것이다.

핑쿠는 빚을 갚기 위해 대리모의 길을 선택했다. 남편의 수입으로는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조차 어려워 빚 청산은 상상도 어렵다. 그는 출산 후 받을 돈으로 가정형편이 좀 나아지리라 믿고 있다.

“둘째 아들을 낳았을 때 내가 또 임신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러나 사람 사는 게 생각대로 되지 않더군요. 결국 대리모가 될 수밖에 없었죠. 전 곧 아기를 낳을 거예요. 돈을 받으면 제일 먼저 빚을 갚고, 남은 돈은 우리 아들들 교육에 투자할 예정이에요.”

경제적인 어려움을 떨치기 위해 대리모가 된 여성들. 이들의 처지를 우리는 이해할 수 있을까?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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