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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가 ‘전염병 대유행 시대’ 낳았다

입력 : 2015-07-04 10:00:00 수정 : 2015-07-04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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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 발달·온난화·대규모 축산업 등으로 바이러스 번식 속도 인류문명 발전과 비례
초미세 질병 유행 큰 원인은 바로 병원
‘생물학적 침입자’들 언제든 출몰 준비, 인류의 건강 위협… ‘공포의 살인마’로
앤드루 니키포룩 지음/이희수 옮김/알마/1만8000원
바이러스 대습격-인간이 초래한 새로운 대유행병의 시대/앤드루 니키포룩 지음/이희수 옮김/알마/1만8000원

오늘날 인간이 먹는 음식과 구매하는 상품의 80%가 선박으로 운반된다. 선박들은 거의 매일 30억∼50억t의 선박평형수를 바다로 내보내고 다시 채워넣는다. 이 과정에서 매일 7000종 이상의 해양 미생물, 해파리, 식물, 어류, 물벼룩 등의 서식지가 수백∼수천km 떨어진 곳으로 바뀐다. 화물선의 선박평형수 탱크가 바이러스의 교통수단이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대륙은 고사하고 개울 하나도 제대로 건너지 못한다. 동물이나 물건처럼 옮겨주는 수단이 있어야만 이동할 수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이 점점 확대되고 속도도 빨라짐에 따라 질병도 ‘세계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인류에게 해를 미치는 바이러스의 번식과 전염 속도는 인류문명의 발전 속도에 비례한다는 의미다.

캐나다 출신 언론인 앤드루 니키포룩(Andrew Nikiforuk)이 쓴 신간 ‘바이러스 대습격’은 메르스 사태로 홍역을 치른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바이러스의 습격은 인간의 자업자득이라고 지적한다.

앤드루 니키포룩은 ‘바이러스 대습격’에서 ‘생물학적 침입자’인 바이러스가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이 메르스 선별진료소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는 인간에게 해를 미치는 바이러스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설명한다. 저명한 생태학자 찰스 엘튼은 50년 전에 이렇게 예언했다.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수천종의 유기체들이 한데 뒤섞여 자연에서 무시무시한 ‘전위’가 시작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런 식의 난장판으로 말미암아 앞으로 ‘예기치 못한 비상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콜레라
콜레라는 1817년 처음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이 침입자는 활동 반경을 야금야금 넓혀가면서 사람들을 죽거나 병들게 만들었다. 1830년에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발병한 콜레라가 영국 북부에 도착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1948년에는 폴란드에서 병든 이민자들과 함께 증기선 일등칸에 오른 콜레라가 미국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는 데는 7주가 소요되었다. 2002년이 되자 콜레라는 여객기의 오염된 기내식을 통해 단 몇 시간 만에 전 세계를 종횡무진으로 누빌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 탄저균이 미국에서 우리나라 군부대로 유입돼 한바탕 난리를 치른 적이 있다. 2001년 미국에서도 탄저균 때문에 수백만명 주민이 공포에 떨었다. 5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대부분 우체국 직원이었다. 우체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탄저균을 옮겼다고 한다.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고 토지용도가 바뀌면서 전염병의 전파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1970년대 라임병을 옮기는 ‘검은다리진드기’가 미 코네티컷주 올드라임 마을에서 발견된 직후 미국의 47개주와 캐나다의 몇몇 주를 거쳐 6개 대륙의 30개국에서도 발견되었다. 이동에 걸린 시간은 불과 수개월이었다.

에볼라
저자는 특히 전염병 유행의 가장 큰 원인을 병원으로 지목한다. 그는 몸이 편치 않은 사람들의 면역 체계가 공장형으로 사육되면서 늘 약물에 절어 있는 닭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는 순수하게 병원에서 만들어진 질병, 즉 병원 감염 전염병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초미세 질병들은 결의에 찬 기회주의자답게 인간이 조성해놓은 환경이나 기후 변화로 제공되는 다양한 기회와 가능성을 호시탐탐 엿본다”면서 “때와 장소를 만나면 한꺼번에 출몰해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한다.

메르스
세계를 공포 속에 몰아넣는 조류독감, 광우병, 구제역, 사스, 신종 플루, 최근의 메르스까지 잊을 만하면 불쑥 들이닥치는 이들 ‘생물학적 침입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위협받고 있다. 지난 20년간 조류독감부터 구제역까지 600종이나 되는 가축 질병이 전 세계를 떠돌면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대자본이 투입되는 규모지상주의 사고방식이 선진국 농업계를 중심으로 일반화되어 있다. 광우병, 구제역은 대규모 사육에 따라 발생한 동물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 건강을 위해 대규모 축산업이 과연 현명한 것인지 의심하게 된다.

저자는 인류가 추구해 온 세계화가 본의 아니게 세계를 궁지에 몰아넣게 됐다고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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