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줄 알았던 옛 원고, 2014년 우연히 서류 더미서 발견
오는 14일 전세계서 동시 출간
하퍼 리 지음/공진호 옮김/열린책들/1만2800원 |
미국 소설가 하퍼 리(Nelle Harper Lee·89)가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쓴 ‘파수꾼’이 오는 14일(한국시간 15일) 전 세계 40개국에서 동시 출간된다. 독자와 만나는 그의 두 번째 소설이다. 1960년 출간된 첫 번째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전 세계 40여개 언어로 번역돼 4000여만부가 팔렸다. 그만큼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다는 얘기다. 기독교 성서 다음으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 소설이라는 평가도 있다. ‘파수꾼’이 어떤 신기록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앵무새 죽이기’가 출간된 1960년 당시 30대이던 하퍼 리의 모습. |
파수꾼은 계약부터 편집, 출간까지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 중이다. 원제인 ‘Go Set a Watchman’은 저자가 성서의 이사야서 제21장에서 따온 것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졌다. 그런데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출간됐다. 당시 하퍼 리가 출판사로 ‘파수꾼’ 원고를 들고갔는데, 편집자가 주인공 ‘스카웃’ 얘기만 따로 떼어내 출간하자고 제안해 ‘앵무새 죽이기’가 먼저 나왔다고 한다. 1950년대 중반 흑인 인권운동이 거세게 일었던 시절이 배경이다. ‘앵무새 죽이기’ 이후 저자는 단 한 편의 소설도 발표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에도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하퍼 리의 소설 ‘앵무새 죽이기’는 1962년 영화화돼 원작 만큼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호평을 받았다. 사진은 영화의 한 장면. |
하퍼 리는 ‘앵무새 죽이기’를 통해 인종차별 문제를 고발한 점을 평가받아 2007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자유의 메달’을 받았다. 사진은 당시 하퍼 리(왼쪽)가 부시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파수꾼’ 내용은 극비 사항이다. 국내에선 단 두 사람만 알고 있다. 번역자 공진호씨와 ‘열린책들’의 편집자다. 공씨는 “젊은 여성의 첫 작품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생각의 깊이와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편집자는 “원고를 다 읽은 뒤 진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면서 “‘앵무새 죽이기’에 버금가는 독서 열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마존을 통해 인터넷 예약주문을 받고 있는 하퍼콜린스 출판사는 인터넷 예약주문 사상 최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출판사는 초판만 200만부를 찍을 계획이다. 영국 최대 서점 원터스톤은 출간일인 14일 24시간 판매한다. 1926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 먼로빌에서 태어난 하퍼 리는 앨라배마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학생 시절 짤막한 글들을 발표하던 그는 항공사에서 일하면서 밤새워 글을 썼다. 하퍼 리는 그동안 작품을 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할 말은 이미 작품 속에서 다했고 바보처럼 유명해지는 것보다는 침묵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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