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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 “삼성물산 합병 반대 권고”… 외국인 투자자 반기 드나

입력 : 2015-07-04 00:07:05 수정 : 2015-07-04 01: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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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불리… 주주 이익에 반해”
1대 주주 국민연금 ‘캐스팅 보트’
삼성 “법원 당위성 인정… 유감”
주총 표대결서 박빙 승부 예고

세계 최대의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3일 삼성물산 투자자를 상대로 제일모직과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 깃발 아래 대거 모일 가능성이 커졌다. 소액주주들의 합병 반대 목소리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지분 11.21%를 보유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1대주주 국민연금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최근 SK와 SK C&C 합병안에 대해 국민연금은 ISS의 합병 찬성 권고에도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반대 결정을 한 바 있다.

삼성으로선 양사 합병을 통한 경영권 승계가도가 한층 험해진 상황이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 주주총회에서 박빙의 대결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에까지 적극적인 구애공세를 펼치면서 우군 확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ISS “삼성물산 합병, 주주에게 불리…반대해야”

ISS는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합병 후 수익 전망이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제시됐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비록 거래조건이 한국 법률에 부합한다고 하더라도 저평가된 삼성물산 주가와 고평가된 제일모직 주가의 결합은 이 거래가 삼성물산 주주에게 심각하게 불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기준에 따라 삼성물산 약 3주를 제일모직 1주와 교환해야 하는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는 게 ISS 측 논리이다.

ISS는 또 “경영진이 주장하는 양사 합병 시너지는 대부분 제일모직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며 합병 후 청사진으로 제시된 수익 전망이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ISS에 이어 의결권 자문시장 2위를 달리는 미국의 글래스 루이스도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간) 합병 반대를 권고하는 보고서를 내는 등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ISS의 의견은 보통 외국계 기관 투자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삼성물산 1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이번 건과 관련해 ISS에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합병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의 외국인 투자자는 지분 기준 34%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주총에서 반대에 몰표를 던진다면 합병을 성사시키려는 삼성 측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삼성물산 “합병 당위성 법원도 인정…유감”

삼성물산은 ISS의 합병 반대 의견과 관련, “경영환경이나 합병의 당위성, 기대효과, 해외 헤지펀드의 근본적인 의도 등 중요한 사안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ISS가 지적한 불공평한 합병비율과 지나치게 긍정적인 합병 전망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기관의 세밀한 실사와 객관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시너지와 신성장동력을 통한 지속성장과 주주 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이번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은 지난 1일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의 법원 결정에서도 확인됐다”며 “ISS가 신뢰성 있는 기관이지만 실제 주총장에서는 권고와 상반된 결과가 다수 나온 바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피아트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을 앞두고 ISS는 피아트 주주들이 합병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냈다. 합병으로 주주 권리가 약화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주총 참석자의 80% 남짓이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이밖에 지난달 구글 보상위원회의 이사진 재선임 안건, 지난 5월 듀폰 이사 선임, 소니 최고경영자(CEO)인 히라이 가즈오 재선임, 도요타의 신주 발행 등 ISS의 권고와 상반된 결과를 빚은 사례는 적지 않다.

삼성물산 측은 지난달 30일에는 이사회 명의로 된 위임 권유 이메일을 소액주주에게 보낸 데 이어 최근에는 합병 청사진을 설명하는 자료와 함께 의결권 위임 서류, 위임장을 넣어 돌려보낼 반송봉투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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