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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형 살해한 고교생, 참여재판 무죄 선고

입력 : 2015-07-04 00:44:53 수정 : 2015-07-05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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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서 상습폭행 시달리던 동생
술주정하던 고3 형 흉기로 찔러
부모 “가정폭력 원인” 선처 호소
법원 “계획범죄 아닌 우발범행”
고3 친형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기소된 10대 고교생이 10시간에 이르는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마성영 부장판사)는 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고교 1학년 임모(15)군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석방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폭력을 제지하려고 흉기를 가져온 것으로 보이고, 흉기로 찌른 곳이 급소라는 것을 인식할 수 없었던 만큼 살인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상해치사 혐의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 변경없이 재판부가 임의로 판단할 수 없어 피의자를 석방한다”고 판시했다.

재판 10시간여만에 무죄가 선고되자 동생 임군은 피고인석에 고개를 떨어뜨린 채 흐느꼈다. 방청석에 있던 부모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형제의 비극은 지난 4월1일 오전 2시쯤 춘천시 후평동의 한 다세대 주택 2층에서 벌어졌다. 고3인 임군의 형은 술에 취한 채 귀가해 만화를 보던 동생의 배를 밟고 주먹으로 옆구리 등을 수차례 때렸다. 형제들이 다투는 소리를 듣고 옆 방에서 잠을 자다가 깬 이들의 부모는 서로 떼어 놓았다. 그러나 평소 형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렸던 임군은 주방에 있던 흉기로 형의 가슴 부위를 한 차례 찔렀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형은 과다 출혈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고, 임군은 형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임군의 아버지는 “숨진 큰 아들의 폭력 성향은 오래전 가정폭력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이 성장해 결국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친형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범죄”라며 “다만 피고인도 지속적인 괴롭힘의 피해자인 점, 부모가 탄원한 점 등으로 미뤄 징역 장기 10년, 단기 5년을 선고해달라”고 구형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친형을 다치게만 하려는 의도였을 뿐 살인의 고의성은 없었다”며 “한 자식을 잃고 또 다른 자식을 교도소로 보낸 부모의 마음을 부디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최후 진술에 나선 임군은 “당시 조금만 더 참았어야 했는데,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가족과 형에게 너무 미안하고 형이 너무 보고싶다”고 눈물을 흘렸다.

배심원 9명은 만장일치로 임군에 대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도 이를 존중해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임군이 운전면허 없이 오토바이를 운전한 혐의에 대해서는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즉각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박연직 기자 repo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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