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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세종시 수정안을 두고 ‘권총강도’ 논쟁이 벌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선공했다.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치고 다시 싸운다.”(9일) 여당의 박근혜 전 대표가 맞받았다.(10일)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떡하느냐.” 이동관 홍보수석이 나서(11일) “박 의원은 실언을 사과하라”고 스트레이트 펀치를 날렸다. 박 전 대표는 그날 바로 배수진을 쳐버렸다. “문제가 있다면 있는 대로 처리하라.”

이 대통령은 그해 8월 40대 후반의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 전 대표를 견제할 회심의 세대교체 카드였다. 김태호는 21일 만에 낙마했다. 거짓말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배경은 박 전 대표와 친박계의 거부감이었다. 청와대가 국회 인준표결을 밀어붙이다 포기한 것은 그 때문이다. 김태호는 태생적으로 비박계다. 그런데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내리는 데 그악스럽게 앞장서고 있다.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은 2007년 초 박 전 대표의 삼성동 자택에 모인 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가히 원조친박인 데다 대통령을 ‘누님’이라고 불렀다. 그런 그가 엊그제 “유 원내대표를 밀어낼 생각을 단념하라”는 취지의 ‘친박의 추억’이라는 개인성명을 냈다. 요지는 이렇다. “진짜 친박은 10여명밖에 안 된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배타심이 친박을 오그라들게 만들었다. 6일 집단행동을 한다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다.”

김태호나 한선교의 변신은 친박, 비박 어느 한쪽으로부턴 의리 없는 행동으로 비난받을 수도 있다. 문제는 유승민 사태가 굴러가면서 이런 돌발변수가 무수히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고 한다. 우연한 사건이 물고 물리면서 정치판은 요동치고 의외의 결과를 부른다.

5년 전엔 현직 대통령이 싸움을 멈추면서 파국을 막았다. 하지만 이번은 그렇지 않다. 박찬종 변호사가 어제 종편에 나와 공자의 인의(仁義)정치를 얘기했다. 현직 대통령이 살신성인(殺身成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유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어깨를 감싸 안곤 “내가 물러설 것이니 앞으로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자”고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서로가 윈윈하는 승부수다. 반전의 묘미가 있는 정치, 불가능한가?

백영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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