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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회 "혈세 제대로 써라" 요구해도… 참 말 안 듣는 정부

입력 : 2015-07-06 06:00:00 수정 : 2015-07-06 07: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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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결산심사는 ‘겉치레’
“쓸 돈(예산)은 꼼꼼히 따지면서도 쓴 돈(결산)에는 관심이 없다.” 국회 결산심사가 겉치레에 그치고 있다. 원래 이 제도는 예산안을 심의·확정한 국회의 취지에 따라 예산이 집행되었는지 확인하고 이를 다음 연도 예산심의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는 이를 위해 이전 연도 예산의 집행실적, 사업성과, 문제점 등을 점검한다. 국회의 결산심사는 ‘예산→집행→결산’으로 이어지는 전체 예산 과정의 효율을 높이고 국회의 재정통제 기능을 강화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절차다. 그런데 국회가 매년 지적한 결산 시정요구 사항 중 상당 부분은 반복되기 일쑤다. 국회가 결산심사를 통해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정부가 아예 움직이지 않았거나 부실하게 조치했다는 뜻이다. 부실한 심사는 세금이 줄줄 새는 ‘예산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반복된 시정요구와 뭉개기

5일 국회예산정책처와 각 부처에 따르면 국회는 2013회계연도 결산심사 결과 위법·부당한 사항이나 예산집행 부실, 사업성과 부진 등 1541건을 시정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는 2008년 756건의 2배다. 이렇게 결산 시정요구 건수가 폭증하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예산 집행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 할 만하다.

정부가 국회의 시정요구에 합당한 조치를 하지 않거나 아예 뭉개는 사례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3년에 두 번 이상 시정요구 건수를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8년 56건으로 전체 시정요구의 7.4%에 머물렀으나 2009년에는 92건(8.9%), 2010년 153건(13.8%)으로 급증했다. 2012년에는 190건으로 전체 시정요구 건수의 15.6%나 차지했고 2013년에도 201건(13.0%)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1∼2013년 산업단지 진입도로 사업예산 이월 방지와 주거환경개선사업 예산 집행률 제고를 요구받았지만 전혀 바로잡지 않았다. 국토부가 반복 시정요구를 받은 건수는 22건으로 가장 많다. 보건복지부도 긴급복지사업의 신속한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등 총 18건을 3년간 두 번 이상 요구를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3년 연속 농업재해보험 가입률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농식품부가 국회로부터 반복 시정 요구받은 건수는 16건으로 환경부와 같다. 고용노동부는 고용창출지원사업과 중소기업 청년인턴제 등 12개 사업에 대해 반복 시정요구를 받았다. 이어 국방부(11건), 미래창조과학부(8건), 해양수산부·행정자치부·문화체육관광부(각 7건), 금융위원회(6건)가 그 뒤를 이었다. 

◆조치도 ‘대충대충’

국회가 2013회계연도 결산 시정요구에 대해 정부가 조치를 완료한 것 중에서도 ‘극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례가 47건에 이르렀다. 국회의 시정요구를 대충 처리한 것이다. 국회는 기재부에 재정사업 심층평가 출연사업의 집행률이 2012년 85.4%에서 2013년 62.1%로 감소하자 출연사업 관리 강화를 통해 집행률을 제고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심층평가 과제를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선정해 당해 연도 내 완료과제를 확대하고, 심층평가 사전예고제를 활용해 평가에 필요한 자료·데이터를 미리 확보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2014년 집행률은 39.5%로 더 떨어지며 최근 3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과제 선정도 2013년에 비해 2014년에 오히려 늦어졌다.

국회는 또 통계청 위탁사업이 한국통계진흥원 등 일부 기관에 편향되지 않도록 투명하게 사업을 수행하라고 시정을 요구했다. 통계청은 위탁사업관리위원회 구성·운영, 일부 위탁사업 일반경쟁 입찰로 전환, 위탁업무 계약 형태의 적절성 검토 등 투명하게 관리하겠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위탁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하는 비중이 2010년 75%, 2011년 57%, 2012년 55%, 2013년 67%, 2014년 56%으로 여전히 높다. 한국통계진흥원이 수행한 위탁사업도 지난해 8건으로 2013년의 두 배로 늘었다.

김혜미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국회가 결산 시정요구 사항에 대한 정부의 이행 여부만 보고받았으나 앞으로는 조치가 완료되지 않거나 미흡한 사항에 대해서는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이행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결산 시정요구 조치 결과를 상임위나 예결위에서 강력 심사할 것도 주문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의원은 최근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국회 결산심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결산제도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참여 결산제도’ 도입을 담은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 국회법 등 결산관련 법안 5건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결산의 실효성 확보 및 심사 결과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해 결산 보고서를 국회의 승인대상으로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회가 결산심사 제도를 개혁하지 않는 한 예산 낭비 사업을 방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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