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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곳곳 이른 아침부터 긴 줄… 운명 걸린 '한표' 행사

입력 : 2015-07-05 18:40:20 수정 : 2015-07-05 23: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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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사실상 국가 부도에 빠진 그리스의 운명을 가를 국민투표가 5일(현지시간) 치러졌다. 41년 만에 실시된 이날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유권자 약 990만명은 국가의 미래를 놓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투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리스의 정국 혼란은 한동안 불가피할 전망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오후 7시 12시간 동안 그리스 전역 투표소 1만9159곳에서 국민투표가 일제히 실시됐다. 이날 투표 안건은 지난달 25일 채권단이 제안한 협상안이다. 디폴트(채무 불이행)에서 벗어날 구제금융을 지원 받는 대가로, 연금 삭감이나 세금 인상과 같은 더 많은 긴축 조치를 수용할 것인지가 쟁점이다.

투표 열기는 뜨거웠다.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 곳곳에서 수십명이 줄지어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수도 아테네의 한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가장 먼저 투표한 미켈리스(80)는 “‘오히’(OXI·아니요)를 찍었다”면서 “(채권단 협상안)반대가 그리스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투표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손주 세대와 그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퇴직 언론인인 테오도라(61)는 “유럽연합(EU)에 찬성하는 의미에서 ‘네’(NAI·네)를 찍었다”며 “‘오히’는 파국의 시작”이라고 했다.

투표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그리스 일간 아브기와 에쓰노스,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3일 마지막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모두 찬성과 반대가 1%포인트 안팎의 차이를 보여 오차범위(3%) 안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투표 결과 그리스인들이 채권단 협상안을 받아들이면 2010년과 2012년 2차례 구제금융에 이은 3차 구제금융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채권단과 협상할 주체가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일지는 확실치 않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또 국가 부도 사태가 즉각 해결될지도 미지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 지원을 추가로 해주지 않는다면 은행 부도 등의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채권단 협상안이 거부될 경우의 혼란은 더 극심할 전망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줄곧 “반대가 협상력을 높인다”고 주장했지만 채권단과 야당 측 주장 대로 그렉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일어날 수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채권단 협상안 수용이 거부되면 유럽 증시가 최대 10% 주저앉을 테지만, 수용되면 증시가 급등할 것으로 내다본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협상안 수용이 거부되면 7일로 예정된 은행 영업 재개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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