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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비박과 등지면 남은 임기 허송
통합의 국정 위해 중대결심 내릴 때
말 많은 국회법 개정안이 어제 재의결 절차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자동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여당 의원들은 자신의 손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자신의 손으로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는 자기부정을 저질렀다. 여야를 떠나 국익을 우선으로 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는 입법기관으로서 더할 수 없는 굴욕이고 수모다. 상당수 의원들은 뻥 뚫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책에 빠져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은 유승민 원내대표는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김기홍 논설실장
박 대통령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 것 같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건너온 다리를 불살라 버린 모양이 됐다. 국회법 개정을 없던 일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필요 이상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도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아 보인다. 친박 비박이 편을 갈라 전쟁 치르듯 일전을 벌이는 새누리당은 깨진 쪽박이 됐다. 부서진 조각을 끼워 맞춘다 한들 곳곳에 금간 자국은 그대로 남는다. 그동안 쉬쉬하던 박 대통령 관련 뒷담화가 여당 안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제일 잘 썼던 말이 ‘하극상’ ‘색출’ ‘근절’이라거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을 공주 또는 여왕이 신하나 머슴 다루듯 했다는 개그프로 같은 에피소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병기 비서실장 왕따설, 김경재 대통령홍보특보가 만든 보고서가 대통령 지시로 정호성 비서관에게 먼저 전달된다는 증언까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아는 사람만 알던 얘기들이 시중에 흘러 넘치고 있다. 집권 세력 곳곳에서 균열이 일어나 줄줄 새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 여당에 맞선 야당의 공세도 한층 거세질 것 같다. 야당의 협조는 아예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박 대통령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썰물 빠지듯이 떠나가는 민심이다. 박 대통령을 다시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동구을의 한 여론조사에서는 ‘사퇴 반대’(51.1%)가 찬성(45%)보다 높게 나왔다.

박근혜정부는 안 그래도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출범 후 너무 많은 공격을 받고 상처를 입어 성한 곳이 없을 지경이다. 인사 난맥과 불통 논란,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등으로 번번이 발목이 잡혀 정책다운 정책을 펴보지도 못한 처지다. 그러다 어느새 임기 절반이 코앞이다. 임기 후반기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끌어안아도 모자랄 야당과 여당 내 다수파 비박과 등을 졌다. 작금의 상황을 수습하지 않으면 반대를 일삼는 야당과 파업·태업을 되풀이하는 비박에 가로막혀 남은 임기를 허송하게 될지 모른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4대 분야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를 비롯한 국정과제가 쌓여 있다. 전부는 고사하고 일부라도 해결하려면 비박의 전폭적 지지와 야당의 협조가 없어서는 안 된다. 6·25 국무회의 때처럼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어야 한다”는 으름장만으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박 대통령은 배제가 아닌 통합의 국정을 위해 중대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당·정·청 관계를 복원하고 야당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탕평 인사와 국민 대통합에 앞장서 국가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그럴 의지만 있다면 다른 선택도 가능하다.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은 대연정을 위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담판이 실패로 돌아간 뒤 소회를 털어놓았다. “정치라는 것은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결단으로 진보를 이루어나가는 것입니다. 문제의 본질에 정면으로 부닥치면서 대타협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만일 박근혜 대표도 집권을 한다면 똑같이 이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입니다.”(바보, 산을 옮기다·윤태영 지음) 박 대통령도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맞닥뜨렸던 문제를 앞에 두고 있다. 박근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참 좋은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노무현의 대연정이 어림없다면 고정관념을 깨는 발상으로 상생과 통합의 도정을 이끌어가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연정도 있다. 박 대통령도 국민을 위해 거듭나야 한다.

김기홍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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