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무'의 한 장면 |
선상범죄의 경우 왕씨 사망 사건처럼 전모가 드러난 경우는 흔치 않다. 선상범죄의 특성상 목격자나 증거수집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건은 실종이나 익사처리된다. 이렇게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실종이나 익사는 ‘잠재적 선상범죄’로 분류된다. 수사 인력의 부족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실제로는 살인이나 밀항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런 ‘잠재적 선상범죄’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잠재적 선상범죄 비율이 커지고 있는데도 해경 해체 후 새롭게 구성된 해양경비안전본부의 수사·정보 인력은 오히려 감소했다. 안전처가 출범하며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해상교통관제센터 275명, 함정구조인력 107명, 122구조대 78명 등 구조인력을 보강했지만 수사와 정보인력은 792명에서 283명으로 줄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 해경을 해체하면서 순수 해상수사 인력과 지상 수사인력을 구분해 200여명을 경찰로 보내고, 300명은 안전처의 구조·안전인력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선 해양경비안전서(구 해양경철서)의 형사과 인원은 과거 12명에서 6명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실제 해경 수사의 대부분은 여전히 지상과 바다를 넘나들고 있다. 안전처의 한 관계자는 “실제 해양경찰이 수사하는 사건 중 95%는 육상과 해상을 넘나들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라며 “해양 범죄의 특성을 모르는 정부의 조치로 일선 해경들만 죽어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해양경비안전본부의 부족한 함정과 노후화된 장비도 수사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특수함정을 제외한 안전본부의 경비함정은 181척인데, 한 척당 담당하는 면적은 475㎢에 달한다. 이는 안전처가 소유한 가장 빠른 소형함정의 최대속력인 30노트로 횡단하는 데 8시간30분이 걸리는 거리다.
이 의원은 “해양 사건대응력이 떨어져 바다가 무법천지로 방치되고 있다”며 “안전관리뿐만 아니라 수사인력과 기동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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