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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고 정교하고 화려하고… 한국 고미술의 재발견

입력 : 2015-07-07 20:55:47 수정 : 2015-07-07 20: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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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미술관 ‘세밀가귀’展
13세기 고려시대 ‘나전 국당초문 경전함’. 송나라 사신 서긍이 고려도경에서 나전 솜씨가 세밀하여 귀하다고 평했던 고려나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영국박물관 소장품이다.
한국미술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다양한 양상을 보이며 전개돼 왔다. 하지만 일제를 거치면서 시각적 외눈박이를 초래했다. 일본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의 ‘소박미’로 대표되는 한국미의 편협된 규정이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고대로부터 조선시대까지 화려함과 정교함을 보여주는 한국미술을 한자리에 모아 새롭게 조명하는 ‘세밀가귀(細密可貴): 한국미술의 품격’전(9월13일까지)은 한국미의 편향된 시각을 극복하고 인식의 지평을 넒힐 수 있는 기회다.

전시 제목의 ‘세밀가귀’는 12세기 고려 미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는 서긍의 ‘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1123년)’에서 인용했다. 고려 인종 때 중국 송나라 사신으로 고려를 방문한 서긍은 고려 문물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했다. 특히 고려 나전을 ‘세밀함이 뛰어나 가히 귀하다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자수그림과 자기 술그릇 등의 정교함도 상찬했다.

전시에서는 금속공예, 나전, 회화, 불교미술 등 여러 분야 국보 21점과 보물 26점을 포함해 모두 140여점이 한국미술의 품격을 보여준다. 서울 나들이를 하는 국립부여박물관의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287호)를 비롯해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공주박물관, 간송미술관, 호림박물관, 동국대학교박물관 등 국내 19개 기관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미국 보스턴미술관, 영국박물관, 암스테르담국립미술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21개 해외 소장처에서 대여한 작품들도 있다.

눈길을 끄는 전시작품은 뭐니 뭐니 해도 화려한 고려 나전이다. 전 세계에 17점 정도만 남아 희귀한 고려 나전 8점이 출품됐다. 고려시대에 만개해 조선으로 이어진 나전의 세밀함을 살펴볼 수 있다. 고려불화는 또 어떤가. 극도로 화려하고 정밀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극세필로 표현한 정치함은 중국에서조차 부러워하여 화공을 요청했을 정도다.

전시기획 책임자인 리움의 조지윤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미는 일반적으로 치밀함보다는 여유로움,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에 있다고 회자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는 야나기 무네요시에서 비록되었던 것이기는 하나 바로 앞선 시대인 조선시대 미술의 특징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말했다.

전시작 중 청자진사 연화문 표형주자(독일 함부르크미술공예박물관), 칠보산도병(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 동경계회도(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은 국내 미술관에서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다.
16세기 조선시대 이암의 ‘가응도’(비단에 채색). 미국 보스턴미술관 소장품으로 섬세하고 화려함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매를 그린 그림을 응도(鷹圖)라고 하며, 사냥용 매가 횟대에 앉아있는 모습을 그린 것을 가응도(架鷹圖)라고 한다.

전시는 제작 기법을 중심으로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文 문양: 정교함의 극치, 화려함의 정수’ 부분에선 우리 공예에 나타난 다채로운 기법과 정교함을 다시 한번 조명한다. 금관(국보 138호), 금동 수정감장 촛대(국보 174호), 나전 단화금수문 거울(국보 140호), 나전 국당초문 경전함(영국박물관) 등을 대표작으로 꼽을 수 있다. ‘形 형태: 손으로 빚어낸 섬세한 아름다움’에선 치밀한 형태미를 보여주는 금속공예품과 불보살상을 보여준다. 금동 보살 좌상(일본 사가현 중요문화재), 금동 대세지보살 좌상(보물 1047호), 금동 관음보살 좌상(국립중앙박물관) 등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描 묘사: 붓으로 이룬 세밀함’ 부분은 붓으로 섬세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고려불화, 조선시대 철화·청화백자, 사실적 묘사가 잘 나타난 회화 등으로 구성했다. 청화백자 매죽문 호(국보 219호), 원각경 변상도(보스턴미술관)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전시 관련 전문가 강연회(8월 1일과 7일)와 학술세미나 ‘세밀함으로 읽는 한국미술’(8월 20일)도 열린다. (02)2014-6901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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