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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고통·환희 가득, 명문장의 숲을 거닐다

입력 : 2015-07-19 21:36:45 수정 : 2015-07-19 21: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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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한글박물관 21일부터 특별전
수북이 쌓인 볼펜심과 분홍색의 볼펜 한 자루(사진)는 소설가 조정래가 ‘아리랑’을 집필하며 겪었던 고통과 환희의 흔적이다. 그는 볼펜 한 자루에 볼펜심 580여개를 바꿔가며 아리랑을 완성해 갔다. 580여개의 잉크심이 닳도록 조정래는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기를 반복했다. 소설의 완성은 이토록 힘들고 먼 길이다.

소설가 방민호의 글쓰기 도구는 조정래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달라 보인다. 그는 최근 발간한 ‘연인, 심청’을 휴대전화를 이용해 썼다. 지인에게 문자 메시지로 소설을 보내다가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그는 “생각의 속도와 자판을 누르는 엄지손가락의 속도가 같아서 글을 쓰는 데 적격”이라며 자신의 필기도구를 예찬한다.

필기도구가 무엇이든 소설과 그 소설을 만들어가는 문장을 완성하기 위한 작가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국립한글박물관이 21일부터 9월 6일까지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소설 속 한글’에서 그런 고뇌의 단편을 읽을 수 있다.

전시회는 소설책이 아니라 소설 속 문장을 주요 전시물로 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근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소설을 선정하여 문장에 담긴 우리글의 맛과 특성을 보여준다. 사랑과 여름 등을 묘사한 문장, 소설의 첫 문장들 모음, 원전 한 권을 두고 다양하게 번역된 문장 등 수많은 문장들로 뒤덮인 전시장은 ‘문장의 숲’을 연상케 한다. 전시에 참여한 소설가 윤후명은 “지금은 이미지가 메시지에 선행하는 세상”이라며 소설이 이야기 중심에서 문장 중심으로 바뀌면서 올바른 우리글 사용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한다. 김훈은 “한글이라는 것은 우리의 피돌기와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작가들의 글쓰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점도 전시회의 매력이다. 김중혁은 한 문장을 완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수정하는 자신의 글쓰기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촬영했다. 배상민은 전시장에 조성된 집필 공간에서 ‘여름’을 주제로 소설을 쓰며, 문장을 만들어내는 창작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애란은 수차례 고쳐 쓴 파일을 전시에 소개하여 관람객들로 하여금 글쓰기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도록 이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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