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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구실 못하고 폐차되는 ‘벤츠 구급차’

입력 : 2015-07-22 20:10:17 수정 : 2015-07-28 13: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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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140대 도입 배치…국내 현실과 안맞아 무용지물…1대 2억원 달해… 혈세만 낭비
정부가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겠다며 수백억원을 들여 도입한 외제 구급차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폐차 처리되고 있다. 원격화상진료시스템 등 핵심 장비의 호환성과 국내 도로사정 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구입, 국민혈세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민안전처 등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은 응급의료 서비스질을 높이고 심정지, 뇌혈관질환 등 중증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2008년부터 원격 영상장비를 갖춘 벤츠 구급차를 구입했다. 2008년 1대를 시작으로 2009년 87대, 2010년 45대, 2011년 7대로 모두 140대의 벤츠 구급차를 사 각 시도 소방본부에 배치했다. 이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는 응급환자 이송 중 병원에서 구급차에 설치된 카메라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구급요원에게 응급조치를 지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국산 구급차보다 내부가 넓은 벤츠가 수입됐다. 벤츠 구급차는 대당 가격이 1억2000만원으로 국산 구급차보다 2배 이상 비싸다. 3000만원인 원격화상 장비 등을 포함하면 벤츠 구급차 한 대당 가격은 2억원에 달한다. 벤츠 구급차 도입에는 세금 276억원이 쓰였다. 그러나 이 원격 영상장비는 거의 활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통신환경과 맞지 않아 구급차와 병원을 연결하는 데 5분 이상 걸리면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면 웬만한 도시에서는 구급차가 병원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한 지자체 소방본부 관계자는 “응급처치시스템이 설치된 병원 의사가 바쁜 경우 의료지도 요청에 응답을 하지 않는 문제도 있었다”면서 “장비가 실정에 맞지 않아 휴대전화로 의료지도를 받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안전처는 벤츠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 활용률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0년 벤츠 구급차의 원격 영상장비 활용률은 0.69%에 불과했다. 지난해 소방방재청의 조사에서는 활용률이 3∼4%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비싼 돈을 들여 구입했지만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벤츠 구급차는 차 길이가 국산 구급차보다 75㎝나 길어 좁은 골목길은 다니지 못하는 등 우리의 도로 실정과도 맞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리기간 또한 오래 걸리는 데다 비용도 국산 구급차의 2∼3배여서 유지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벤츠 구급자는 제값을 하지 못하고 폐차처리되고 있다. 내구연한인 5년이 다됐거나 잦은 고장 등의 이유로 지난해 18대가 폐차됐다. 올해는 인천과 대전, 강원 등 7개 지역에서 37대가 폐차처리될 예정이다.

벤츠 구급차 3대 중 2대를 폐차처리키로 한 울산시소방본부 관계자는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한 핵심장비가 국내 통신실정과 맞지 않아 활용이 어려웠고 유지·보수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폐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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