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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김준현 "새로운 홍계훈 보여드릴게요"

입력 : 2015-07-23 07:23:55 수정 : 2015-07-23 0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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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 무사 '홍계훈' 역…"역사 속 인물이라 조심스러워" "우리 역사 속 인물을 연기해야 해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뮤지컬 '명성황후'에 '홍계훈' 역으로 출연하는 배우 김준현(37)은 최근 서울 중구 충무로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하게 된 부담을 털어놨다.

그가 맡은 '홍계훈'은 조선 말기 무신으로,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났을 때 명성황후를 궁궐에서 탈출시킨 인물로 알려졌다.

작품에선 대중성을 고려해 약간의 각색이 더해지며 명성황후와 그녀의 호위 무사인 홍계훈의 로맨스가 부각된다.

김준현은 "어린 시절 담 너머 바라보던 소녀가 국모가 되자 방탕한 삶을 정리하고 무과 시험에 도전, 궁으로 들어가 결국 그녀를 지키는 인물"이라고 역할을 소개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극단 '시키'(四界)에서 6년 가까이 활동하며 '라이언킹', '캣츠', '에비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주요 작품의 주연을 도맡던 그가 이처럼 부담감을 호소하는 이유는 작품 속 인물들이 우리 아픈 역사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어서다.

그는 "홍계훈도 홍계훈이지만 상대가 명성황후다. 내가 자칫 잘못 표현하면 역사를 왜곡할 수 있다는 부담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준현이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이번 공연이 '명성황후' 초연 2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여서다.

이 작품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20주년 기념 공연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함께하고 싶어서"라고 김준현은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은 비결로 "작품 자체에 힘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세트 바닥이 턴테이블 형태인데 20년 전에 이런 무대 장치를 생각했다는 자체가 놀랍다"고 말했다.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비결은 '노래의 힘'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김준현은 "뮤지컬은 결국 노래가 안좋으면 아무리 다른 부분이 좋아도 이렇게 오래 사랑받을 수 없다"면서 "이 작품을 해보니 노래 하나하나도 좋지만 곡이 전체적으로 드라마와 잘 어우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기념 공연을 위해 전반적인 재정비가 이뤄지며 명성황후에 대한 홍계훈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긴 곡이 새롭게 더해졌다고 귀띔했다.

자신의 감정을 더 드러낼 기회가 주어졌지만 오히려 표현을 더 절제하려 한다고 김준현은 덧붙였다.

자칫 잘못하면 가볍게 비치면서 명성황후에 대한 홍계훈의 마음이 남녀의 세속적인 사랑으로 받아들여질지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움직임이 커질수록 무게감은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시선 하나, 동작 하나 신경 쓴다. 억눌렀던 감정은 막판 솔로곡에서 한번에 터뜨리려 한다"고 나름의 연기 계산도 소개했다.



그가 이처럼 '절제의 미'를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일본에서의 극단 활동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2005년 일본으로 건너가 5년 6개월가량 극단 '시키'에서 활동했다. 서울예대 재학 시절 정신적 지주와 같았던 김효경 교수의 권유에 따른 것이었다.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국내 뮤지컬 시장이 크지 않았다. 교수님께서 네가 큰물에 가서 배워 오는 게 좋겠다고 하셔서 그대로 따랐다"고 말했다.

1953년 설립된 시키는 일본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극단으로, 세계적으로 높은 공연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그는 극단에 합류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시키의 대표작인 '라이언킹'에 출연했다.

일본인 관객 앞에 일본어 대사로 연기하기 위해 그는 눈만 뜨면 일본어 공부를 하며 발음부터 성조까지 통째로 외운 일화를 털어놨다.

이런 노력이 인정받으며 그는 '에비타'의 체 게바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예수 등 연달아 주역 배우 자리를 꿰차며 시키의 대표 배우로 우뚝 섰다.

그 사이 한국 뮤지컬 시장은 부흥기를 맞았지만 그는 '5년 안에 돌아올 생각 말아라'라는 은사의 말을 지킨 다음인 2010년에야 국내 활동을 시작했다.

김준현은 "한국 무대와 떨어져 있어 아쉬운 면도 있지만 일본에서 보낸 시간 동안 얻은 것도 정말 많다.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내 나름의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전에 홍계훈 역을 연기한 배우들을 의식하지 않고 '김준현표 홍계훈'을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연습실 벽면에 '우리는 대한민국 뮤지컬계 역사를 새로 쓰는 주인공들이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며 "그걸 볼 때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연습과 고민 끝에 만들어낸 새로운 홍계훈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한동안 일본과 한국 활동을 병행했지만 올해는 한국 무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두 나라를 오가며 공연하기가 체력에 부친다는 생각도 있지만 당분간 한국 관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싶은 욕심도 있어서다.

이미 '명성황후'의 뒤를 이어 출연할 후속작도 결정된 상태다.

후속작에선 '명성황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홍계훈을 맡기 전 '드림걸즈'에서 '커티스' 역을 맡은 것처럼 장르나 시대 구분없이 모든 역할을 넘나드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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