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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미의 짜이 한 잔] 바다 위 요새 디우포트·동굴 안의 힌두사원… 곳곳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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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3 18:58:58 수정 : 2015-07-23 18:5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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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내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 디우
배를 타고 가면 바다에 있는 디우포트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처음 디우포트에 갔을 때는 인도에는 사람이 많으니까 이곳에도 사람이 많은 줄만 알았다. 다시 갔을 때도 여전히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오는 단골지역이었다. 인도 전통의상 사리만 입은 사람들을 보다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단체 학생들을 보니 이색적이다. 학생들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디우포트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수학여행지다.
그때 수학여행으로 대전 엑스포에 갔던 일이 생각났다. 중학교 때 처음으로 간 낯선 곳에서 외국인을 본 우리는 그들과 사진도 찍으면서 신기해했다. 이들도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외국인인 나에게 사진을 같이 찍자고 제안한 한 명을 시작으로 계속 사진을 같이 찍게 됐다. 결국 선생님까지 와서 단체사진을 찍었다. 내 앨범에 아직도 있는 외국인과 함께 찍은 대전 엑스포 사진처럼 이들에게도 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추억이 될까.
잘란다르 비치에는 아이들이 뛰어논다.

디우포트에서 보이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작은 섬에 있는 성을 가까이 보고 싶다면 배를 타면 된다. 그 배는 출발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인원이 대충이라도 채워지면 출발한다. 가격이 저렴해서 가끔 이 배를 타고 디우포트를 돌면서 노을을 보고 즐겼다. 디우포트에 올라서 보면 바다와 디우 전경이 잘 보인다. 아마도 이 성이 지어진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힌두사원을 보기 위해 가족끼리 온 관광차다.

디우에서 매일 했던 일은 해산물을 사서 바닷가에서 먹었던 일과 디우포트를 갔던 일이다. 산책할 겸 가기 좋은 곳이다. 바닷가는 걸어서 가기는 힘들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 10분 남짓이면 갈 수 있다. 그곳이 잘란다르 비치라고 불리는 바닷가다. 그곳에 친하게 된 식당이 있다. 그 식당 음식이 가히 자부할 만하다. 그 식당 주인이랑 인연을 맺은 계기가 있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노부부가 있었다.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던 장바구니가 너무 예뻐서 어디서 샀는지를 캐묻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잘란다르 비치를 천국이라고 말한다.
언어가 수월하게 통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알아들으신 아주머니는 디우에서 살 수 없는 그 장바구니를 나에게 주셨다. 너무 예쁜 장바구니를 들고 그 식당에 며칠 후에 갔더니 그걸 알아본 그 식당주인이 설명해줬다.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해줬다며, 어머니가 좋아하셨다고 전해줬다. 그 후로 그 친구와 친해져서 그 식당에서 음식도 같이 만들어 먹고 지냈다. 가끔은 이런 물건이 인연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바다에 있는 힌두사원이 독특하다.

디우포트 다음으로 인도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은 힌두사원이다. 인도 어느 지역을 가도 힌두사원은 당연히 인기가 있겠지만, 이곳은 조금은 특별하다.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 있는 작은 동굴 안에 힌두사원이 있다. 이곳은 사리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줄을 서서 좁은 동굴을 들어가 본다. 가네샤, 시바 등 작은 신상이 있고 그 주위로 물이 흐른다. 이 사원 말고 디우에는 동굴이 하나 더 있다. 가공되지 않은 동굴이며 천장이 뚫려 있어서 독특한 형태다. 그 동굴을 갔다면 저녁노을을 보고 와야 하루가 알차게 간 느낌이다. 근처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보는 건 아름다운 광경을 볼 수 있는 순간이다. 태양이 바다로 타들어 가듯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인다. 다른 곳에 있다가도 해질녘이면, 이 바다를 찾아서 매일 노을을 봤다. 해가 지는 시간은 순간이지만, 그 노을빛은 서서히 식어간다.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은 매일 보러 갈 만하다.

바다를 가는 길에는 염소치기를 종종 만난다. 그때 옥수수를 구워서 먹고 있던 나에게 염소들이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이며 다가왔다. 옥수수 몇 알을 떼어서 줬더니, 더 큰 것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옥수수를 통째로 던져주니 아주 잘 먹는다. 무리에서 떨어지면 안 되기 때문에 잠깐 머물다 간 염소 몇 마리가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염소를 위해서 옥수수를 남겨뒀다. 염소치기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지나갔기에 자주 만날 수 있었다.
염소와 양들은 하루 한 번씩 디우섬을 돌아다닌다.

염소만큼이나 자주 만났던 사람은 프랑스 할아버지 세 분이셨다. 할아버지는 프랑스 사람답게 제대로 된 요리를 바닷가에서 해먹고 있었다. 세 할아버지는 친구 사이로 매년 이곳에 휴가를 즐기러 온단다. 자주 만나다 보니 바닷가에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비법도 알려줬다. 할아버지가 주문 제작한 불판을 숨겨둔 장소까지 공유해 주었다. 불판은 쓰고서 잘 숨겨 놓으라고만 했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준 생선구이는 제대로 된 요리였다. 할아버지들이 요리를 해먹는 걸 보고 나도 여행자들과 닭 한 마리를 사서 할아버지네 아궁이에서 해먹었다. 
하루는 새로운 할아버지가 합류했다. 포르투갈 사람이고, 안면이 있는 분이어서 더 친해졌다. 할아버지는 10년째 이곳으로 휴가를 온단다. 휴가는 두 달 정도 지내다 간다. 할아버지는 자신처럼 오래 있는 한국인을 본 적이 없다며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한 달이 넘게 디우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달을 더 지내고 싶어서 숙소도 옮겼다. 친해진 인도인이 소개해 줘서 집을 빌릴 수 있게 됐다. 1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한 달을 지낼 수 있고, 집은 방과 욕실, 거실까지 꽤 넓고 예쁜 집이다. 집이 생기니 이웃도 생기고, 친해진 인도인 가족도 초대하고, 요리도 해먹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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