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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식처 떡갈나무 잘가!” 외톨이 소년의 ‘특별한 이별’

입력 : 2015-07-25 10:00:00 수정 : 2015-07-25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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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끄 골드스타인 지음/예빈 옮김/주니어김영사/1만원
안녕, 나의 장갑나무/자끄 골드스타인 지음/예빈 옮김/주니어김영사/1만원

“고양이가 죽으면 사람들은 금방 알아. 새들이 죽어도 곧 알아차리지. 하지만 나무가 죽으면 금세 알 수 없어. 여전히 그 자리에 키다리처럼 서 있으니까. 다시 숨 쉴 것처럼, 나에게 장난을 칠 것처럼 말이야.”

모든 것을 혼자 하는, 그래서 사람들이 ‘외톨이’라 부르는 소년이 있다. 다들 외롭다 하겠지만 소년은 혼자 요리를 하고, 홀로 늦은 밤 공동묘지를 탐험하고, 혼자 낚시를 하는 시간을 즐긴다. 소년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자신이 ‘베르톨트’라 이름 붙여준 떡갈나무 위에 올라가는 것. 성벽처럼 넓은 베르톨트의 기둥을 타고 올라가 꼭대기에 앉으면,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지만 소년은 마을 사람들이 뭘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마을 밖 먼 풍경까지 감상할 수 있다. 떡갈나무는 봄이 되면 풍성한 잎사귀들을 내밀어, 소년에게 포근한 안식처를 마련해 준다. 소년이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왔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다른 나무들이 새잎으로 뒤덮였는데도 베르톨트의 가지엔 잎사귀가 나지 않는다. 소년은 동네 모든 학교의 분실물 센터를 돌아다니며 짝없는 장갑을 모은다. 그리고 장갑을 하나하나 베르톨트의 가지에 걸어준다. 마치 베르톨트가 마지막으로 잎을 틔운 것처럼, 그리고 그의 떠나는 길이 따뜻하도록. 떡갈나무의 죽음을 통해 살아 있는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느끼고, 죽음의 모습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고 음미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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