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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대동여酒도' 두 여자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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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5 14:00:00 수정 : 2015-07-25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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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만화 ‘대동여酒도’ 연재하는 이지민·박초희씨…“술술 넘어가는 신토불이 팔도 명주에 빠져보세요”
전통주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지민씨(오른쪽)와 박초희씨가 국내 전통주의 매력을 일일이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페이스북에 국내 명주를 소개하는 만화 ‘대동여주(酒)도’를 연재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국내 주류시장은 맥주와 소주가 양분하고 있다. 매출 규모로 보면 맥주가 55%, 소주가 35%, 나머지 10%를 양주와 와인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역마다 특색을 가진 고유의 술 전통주는 ‘옛것’이라는 이미지에다 유통망 전쟁에서 밀려 접하기 쉽지 않다. 척박한 환경 탓에 저평가된 전통주의 제 모습을 찾는 데 열성적인 여성이 있다. LG상사 와인사업부에서 10년 넘게 와인을 홍보하다 이젠 홍보회사 ‘PR5번가’를 운영하는 이지민(36)씨와 일간지 디자인팀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는 박초희(34)씨다. 이들이 전통주 매력에 푹 빠진 건 고작 1년이 넘었지만 전통주 업계에서 두 사람은 이미 유명인사다. 지난해 8월부터 페이스북에 국내 명주를 소개하는 만화 ‘대동여주(酒)도’(www.facebook.com/drinksool)를 연재하며 전통주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을 서울의 작은 선술집에서 만났다.

이씨는 자리에 앉자마자 이기춘 명인의 ‘문배주’, 양대수 명인의 ‘대통대잎술’, 조정형 명인의 ‘이강주’, 최근 인기인 ‘매실원주’ 등을 한가득 꺼내놓더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다. “미색을 띠는 이강주는 여름밤의 초승달 같은 술이에요. 제주도에는 좁쌀로 만든 고소리술이 있고, 조와 수수로 빚은 문배주나 안동소주도 훌륭한 술이에요. 전통주 얘기하는 게 너무 좋은데, 제가 미쳤나 싶을 때도 있어요.”

두 사람은 마시는 술로서 전통주의 매력뿐 아니라 향긋함이 담긴 술이 되기까지의 과정, 명인이 처음 술을 빚게 된 배경과 역경을 딛고 술장이 길을 묵묵히 가는 명인의 삶 모두를 칭송했다.

한때 와인 홍보에 빠졌던 이씨와 술도 잘 못하는 박씨가 어쩌다 전통주 전도사가 됐을까. 이씨는 “해외의 유명 와이너리에 가면 시설이 으리으리한데 우리 전통주 양조장을 가면 가슴 한쪽이 짠하다”며 한 일화를 소개했다. 지방의 한 양조장에 갔을 때 부부가 좁디좁은 곳에서 술을 빚고 있는 모습에 왠지 정감이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판로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곳이었다는 것.

전통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이씨가 만화가 허영만씨와 전통주 명인 투어에 재미 삼아 따라나선 게 계기가 됐다. 삶의 한 부분을 바쳐 만든 명주에 비해 너무나 초라한 술병과 디자인 등에 자극받아 뭔가 해야겠다고 나서게 됐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박씨는 ‘쵸키’라는 필명으로 전통주와 관련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 박씨는 “경기도 하남에서 광화문까지 출근하는 1시간10분 동안 만화 구상을 한다”며 “이 일을 하면서 지루했던 생활에 활기가 생겼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노력으로 몇몇 전통주의 구식 디자인은 젊은 감성으로 바뀌었고, 대동여주도를 통해 그간 지방의 술로만 묻혀 있던 전통주들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세상에 하나하나 소개됐다. 몇몇 특급호텔에 전통주 전용 바가 생기고, 전통주 판매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두 사람의 이름이 좀 알려졌는지 지방에서 술 보따리를 들고 오는 어르신들도 종종 만난다.

“작은 다방에서 술을 담은 보따리를 가슴으로 부여안고 기다리시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전통주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이씨는 최근 외신기자 100명을 모아놓고 전통주를 강연했다. 그는 “언젠가 청와대에서 각국 대통령들 앞에서 전통주를 소개하는 게 꿈”이라며 “앞으로 영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어로 전통주를 소개하는 사이트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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