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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특파원의 월드와이드뷰] 韓·美 '선거구 획정' 쟁점… 정치개혁 전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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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7-28 19:27:48 수정 : 2015-07-28 20: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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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 정개특위 '총선 룰' 논의 본격화…의원 정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 쟁점
한국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할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기준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정개특위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의 공식 제안에 따라 쟁점으로 급부상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등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논의할 방침이다. 중앙선관위 소속으로 설치된 국회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다음달 13일까지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선거구 획정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의원 숫자는 상원 100명, 하원 435명으로 정해져 있다. 미국은 의원 정수를 건드리지 않은 채 인구 증감에 따라 선거구를 새로 나누고 있다. 문제는 선거구 획정을 대체로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인이 담당하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에서는 주의회가 연방 하원의원의 선거구를 대부분 조정한다. 이때 주의회의 상원과 하원 의원들은 소속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나누기 마련이어서 게리맨더링이 판을 치고 있다. 특히 선거구 획정 당시에 주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결정권을 행사하게 마련이다.

미국 시민단체는 선거구 획정을 양당의 정치인에게 맡기는 현 시스템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위헌소송을 내고 있다. 미 대법원은 시민단체의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민간인이 참여하는 게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 대법원은 5대4의 근소한 차이로 이 같은 판결을 도출했다.

미국 민주당은 최근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연방정부 차원에서 봉쇄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작업에 공화, 민주 양당 이외에 소수 정당도 참여하고 중립적인 시민단체 등이 동참함으로써 각 주별로 다수당이 좌지우지하는 선거구 획정작업을 개혁하자고 주장했다. 미국의 50개주 중에서 현재까지 21개주가 정당 이외의 민간단체 대표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은 이 같은 시스템을 50개주 전체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미국 연방의회의 상원과 하원의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어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이 통과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재 미 연방 하원 지역구는 공화당에 유리하게 나뉘어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미국의 시민단체인 페어보트에 따르면 하원의 435개 지역구 중에서 85% 이상인 376개 지역구는 유권자 구성비로 볼 때 공화당 또는 민주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될 수 있게 설정돼 있다. 이 중에서 공화당 후보가 예외없이 당선되는 선거구가 212개, 민주당 후보가 떼놓은 당상인 선거구가 160개라고 이 단체가 밝혔다. 이는 곧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선거구 획정 개혁에 매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게리맨더링은 흔히 특정 정당 후보에 유리하도록 지지계층이 밀집돼 있는 지역을 묶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실제로는 주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상대 당의 당선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상대 당 지지세력이 집결돼 있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하나로 만들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선거 캠페인 결과에 관계없이 당선자가 사실상 정해져 있는 선거구가 늘어나면 의회에 중도파 인물이 줄어들어 당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진다. 특히 의원들은 지역의 분명한 정치적 색깔을 의식해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의 영남이나 호남 등 지역색이 강한 선거구 출신 의원들이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정당과 정치인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당이나 정치인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이나 의원 정수 문제만큼은 중립적인 민간 대표에게 일임해야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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