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민단체는 선거구 획정을 양당의 정치인에게 맡기는 현 시스템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위헌소송을 내고 있다. 미 대법원은 시민단체의 이 같은 비판을 받아들여 지난달 말 선거구획정위원회에 민간인이 참여하는 게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미 대법원은 5대4의 근소한 차이로 이 같은 판결을 도출했다.
게리맨더링은 흔히 특정 정당 후보에 유리하도록 지지계층이 밀집돼 있는 지역을 묶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실제로는 주의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당이 상대 당의 당선자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상대 당 지지세력이 집결돼 있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하나로 만들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선거 캠페인 결과에 관계없이 당선자가 사실상 정해져 있는 선거구가 늘어나면 의회에 중도파 인물이 줄어들어 당파 싸움이 더욱 치열해진다. 특히 의원들은 지역의 분명한 정치적 색깔을 의식해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이는 한국의 영남이나 호남 등 지역색이 강한 선거구 출신 의원들이 선명성 경쟁에 몰두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정당과 정치인의 자의적인 선거구 획정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당이나 정치인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이나 의원 정수 문제만큼은 중립적인 민간 대표에게 일임해야 ‘정치개혁’을 기대할 수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