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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미학'… 유화 통해 본 북한

입력 : 2015-07-28 21:01:56 수정 : 2015-07-28 21: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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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북한프로젝트’展
서울시립미술관에서 9월29일까지 열리는 광복70주년 기념 ‘북한프로젝트’전은 북한 유화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네덜란드 로날드 드 그로엔 컬렉션이 수집한 작품으로 1960년대부터 2010년까지
만수대창작사, 함흥창작사, 신의주창작사 등에 속한 북한작가들이 그린 작품들이다.북한 유화는 1950년대 소련의 영향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계열의 유화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점차 민족적 감성과 정서에
부합하는 미술의 강조로 작가들은 북한식 유화를 모색해 나갔다. 밝고 맑음, 선명함과 간결성, 함축과 집중을구현하는 동시에 북한의 감성과 정서를 토대로한 작품 제작을 추구한다.

단아한 한복을 입고 있는 교사를 그린 박충의 작품(2002년).

우리 민족의 얼굴과 체형을 관찰하여 작품에 그대로 표현하고, 우리 생활 정서와 환경을 소재로 삼았다.

특히 북한 유화는 화면의 ‘밝음’을 강조하고 있다. ‘무게’를 운운하면서 두텁고 어두워진 유럽 유화를 비판했다. 배경엔 전통화인 ‘조선화’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화를 토대로 유화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체미학’의 요구가 있었다. 북한 미술계는 조선화는 배경이 밝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종의 여백의 미라 할 수 있다.

북한에서 미술은 인민을 교화하기 위해 존재한다. 형과 색채로 서사적인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자연스럽게 계급주의 시각에서 타파의 대상이었던 문인화가 2000년대 들어 다시 ‘복권’되는 계기가 됐다. 이른바 ‘사의’를 주체미술이론에서 차용하는 움직임이 전개된다. 유화에서 조선화의 단붓질법인 몰골법이 시도됐다.

최근 들어 북한 미술은 유화를 특성에 맞게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우리식 유화’를 강조하면서 비판했던 두터운 유화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양궁선수를 그린 조명일의 작품. 우아하면서도 당당함이 돋보인다(2004년).

2011년부터 7차례 평양을 방문하며 북한 미술을 연구해 온 미국 조지타운대학 미술과 문범강 교수는 “현재 지구상에서 유일한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을 하는 데는 북한밖에 없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기에 그림 자체가 희소성이 있고 테크닉, 미학적으로 상당히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지금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할 수 없는 기가 막힌 사실주의를 탄생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70년 동안 한우물을 판 결과라 할 수 있다. 중국이나 한국에서 깊이 들어가지 않았던 표현법, 대담하고 과감한 큰 붓 사용과 극치에 달한 세밀한 표현 등이 눈길을 끈다. 중국 작가들조차도 그렇게 그릴 수 없다고 손을 들 정도다. 최근 들어 많은 유럽과 중국 컬렉터들이 북한 미술을 사들이는 이유다.

북한 미술품에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사람들은 중국의 상하이와 베이징 미술품 컬렉터들이다. 작품당 200만∼300만원 정도 주고 한 번에 수백점을 구입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중에서 한두 작가의 작품만이라도 주목을 받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확률적으로 매우 안전한 투자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컬렉터들도 통일 후를 대비해 북한 미술품 수집에 관심을 가질 때다. (02)2124-8928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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