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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瀋陽)은 요동(遼東)의 중심부다. 서쪽에는 요하(遼河), 남쪽에는 태자하(太子河)가 흐르고, 혼하(渾河)는 심양을 가로지른다. 세 강의 이름은 외래어표기법에 따라 랴오허, 타이쯔허, 훈허라고 부른다. 참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땅 이름, 강 이름을 모두 중국 발음으로만 표기하니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북방의 지명은 사어(死語)로 변해 간다. 심양, 요하, 태자하, 혼하…. 이런 이름은 한국사 시험에나 한 번씩 써먹는 ‘시험용어’로 변해버렸다.

혼하는 아리강(阿利江), 헌우락수라고도 했다. ‘아리’는 한자어가 아니다. 북방 민족의 말을 가차(假借)한 것이다. 한강의 다른 이름이 아리수다. 이름이 똑같다. 한사군(漢四郡)의 위치를 두고 벌어지는 논쟁의 화두인 패수(浿水)는 대동강이 아닌 혼하라고 하기도 한다. 이 강은 태자하와 만나 서쪽으로 흐르고, 다시 요하를 만나 발해만으로 흘러든다. 거미줄처럼 얽힌 큰 강을 낀 그 땅은 얼마나 비옥할까. 그곳이 바로 우리의 역사 무대였던 요동이다. 지금은 아니다.

박지원은 ‘열하일기’의 성경잡지(盛京雜識)에서 이렇게 썼다. “심양은 원래 우리나라 땅이다.” “요동 벌판이 잠잠해지면 천하의 풍진(風塵)이 가라앉고, 요동 벌판이 시끄러워지면 천하의 군마가 움직인다.”

당 태종 이세민, 그의 치세를 ‘정관의 치’(貞觀之治)라고 부를 정도로 빼어난 인물이다. 고구려와의 싸움에서 패해 도망치다 발착수(渤錯水)에 이르서 진창의 뻘을 만났다고 한다. 1만명의 군사가 나무를 베어 길을 만들고 설인귀 등에 업혀 겨우 사지를 벗어났다. 그곳이 심양에 가깝다. 압록강 북편 혁도아랍성에서 일어난 누루하치, 그의 아들 청 태종 홍타이지는 심양을 근거로 만주팔기를 이끌고 명나라를 공격했다. 명과 일전인 ‘송행의 싸움’(松杏之戰)이 벌어진 곳이 심양과 멀지 않다.

심양은 지금 선양이라고 부른다. 남·북한의 총영사관이 있으며, 동북3성을 담당하는 중국군 선양군구가 그곳에 있다. 치열한 첩보전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1년11개월 만에 그곳에 갔다. 지린성을 둘러보고, 연변조선족자치주를 간 지 9일 만이다. 북방 행차는 왜 그렇게 잦을까. 북한에 화해 메시지를 보내는 뜻이 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요동 벌판이 시끄러워지면 천하의 군마가 움직인다”는 것을 그도 알기 때문은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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