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지난달 향군 직원의 진정서를 접수해 현장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조남풍 회장의 인사전횡 등 비리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보훈처에 따르면 조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으로 향군 재정위기를 초래한 최모씨의 측근인 조모씨를 무리하게 경영본부장에 임명했다. 최씨는 2011년 향군 유케어사업단장을 지낼 때 4개 상장사 BW의 지급보증을 해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씨는 본부장이 되자마자 향군의 채권 회수액을 배 이상으로 부풀린 서류와 최씨 선처를 위한 향군 명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려 했다. 향군의 이익에 반해 최씨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도록 하려는 배임행위다. 향군 노조는 조 회장이 지난 4월 선거에서 최씨로부터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대가로 조씨를 앞세워 최씨 돕기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또 임직원을 임용할 때 공개채용 절차를 무시했고, 산하업체 사장 등에 자신의 선거캠프 인사들을 임명하는 보은인사를 하기도 했다.
보훈처의 감사 결과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비리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인사규정에 어긋난 임직원 임용 취소와 몇몇 직원 징계를 권고하는 데 그쳤다. 비리 의혹의 핵심인 조 회장과 선거 비리 의혹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왜 규정을 위반하면서 무리한 인사를 했는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향군 노조가 “조 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부실 감사”라고 비판했을까.
보훈처는 “향군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내·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향군 운영을 조기에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고작 태스크포스로 향군을 정상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차제에 검찰수사 의뢰 등을 통해 금품선거·매관매직 등의 의혹을 밝히고 고질적인 부패·비리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야 국내 최대 안보단체인 향군의 위상을 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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