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박성근)는 IT사업가 A(51)씨에게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아닌 사기죄를 적용해 지난 27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더 많은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고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성립하지만 받을 때부터 이 사실을 알고도 돈을 가져가면 사기죄가 적용된다"고 사기죄로 기소한 이유를 설명했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형이 훨씬 무겁다.
A씨는 지난 3월3일 서울 강남구 삼성무역센터 인근의 한 은행에서 한화 약 510만원을 싱가포르화로 환전했다.
6000달러를 받아야 하지만 은행 직원의 실수로 6만달러를 받은 A씨는 "돈 봉투를 잃어버렸고 6만달러가 들어있는지도 몰랐다"고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은행 직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을 당시부터 6만달러라는 점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전 당시부터 직원의 실수를 알고 있었으면서 이를 숨기고 거짓말 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이렇게 판단한 결정적 증거는 A씨 휴대폰.
A씨는 자신이 받은 1000달러짜리 60장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었다가 압수수색 직전에 지웠지만 검찰이 이를 복원해 증거로 확보했다.
A씨는 은행 직원이 실수를 한 것을 알고 수십 차례 전화한 것을 모두 받지 않았다.
다른 전화는 중간중간 받았으면서도 "은행에서 전화가 온지 몰랐다"고 거짓말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직원에게 합의를 제안했지만 거부당했다.
A씨는 직원에게 환전 실수로 은행이 손해 본 4600여만원에 대해 각자 절반씩 부담하자고 한 반면 은행 측은 전액을 돌려주면 10%를 사례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은행측 제안을 거절한 A씨는 결국 사기죄로 재판을 받는 신세가 됐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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